靑 경제·일자리수석 교체했지만…혁신 성장은 누가 챙기나

청와대가 '고용 쇼크'에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동시 교체했다.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기 위한 목적이라 하지만 성과가 미흡한 혁신 성장을 이끌 전담 수석 신설이나 직제 개편 요구는 외면했다. 커질 대로 커진 혁신 성장 구멍을 메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후임에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임명했다. 반장식 일자리수석도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으로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등 현 정부 상징 정책을 책임지는 두 수석을 동시 교체했다. 경질성 인사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을 시민사회 출신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장으로 교체 임명했다. 사회혁신수석은 '시민사회수석'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청와대 비서실 2기 인선을 발표했다. 청와대 수석급 인사 교체는 지난해 11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사퇴한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

윤 신임 수석은 행정고시 27회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정태호 신임 일자리수석.
정태호 신임 일자리수석.

정 신임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과 정책조정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을 거처 대변인과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현 정부에선 정책기획비서관을 맡았고, 이날 일자리수석으로 승진했다.

임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청와대는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실행함으로써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신속하게 도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선 신임 시민사회수석.
이용선 신임 시민사회수석.

이 신임 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출신이다.

청와대는 경제정책 관련 수석비서관 두 자리를 물갈이했다. 지난 1년 넘게 일자리 중심으로 경제정책에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질 인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2기 출범에 맞춰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한 개편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청와대 비서실 2기 큰 틀이 완성됐다. 수석급 인사는 마무리됐고, 비서관급 이하 인사 및 일부 조직 개편이 남아 있다.

문대통령은 경제계, 중소기업, ICT업계가 주장한 혁신 성장 수석은 외면했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혁신 성장 관련 정부 업무가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기존 1기 경제 조직에서도 혁신 성장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은 사실상 전무했다. 혁신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담당 조직은 이번 정권에서 공중 분해됐다. 과학기술보좌관실이 신설됐지만 조직 규모는 기대 이하였다. 소득 주도 성장에 비해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직 구조였다. 2기 체제에서도 혁신 성장을 전담할 조직과 청사진이 보이질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운 경제팀이 만들어진 만큼 비서관급 이하 인사와 조직 개편을 두고 논의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책 속도와 성과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다양한 보완책을 놓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책실 수장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비서관에서도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