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신임을 받으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대결에서 완승했다. 신 회장이 구속 상황 속에서 열린 다섯 번째 표 대결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받았다. 사실상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원톱'임을 확인했고, 롯데 '형제의 난'은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평가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달 29일 도쿄 신주쿠 롯데 본사 건물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 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신 회장 해임안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사장) 해임안, 신 전 부회장 이사 선임안 등을 모두 부결시켰다.
롯데지주는 주총 후 “신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해 일본 롯데 주주들이 다시 한 번 지지를 보내 준 것”이라면서 “신 전 부회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서 임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롯데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구속 상태에 있어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음에도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신 회장은 그룹 내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총수 공백' 상황은 지속되겠지만 이번 주총 표 대결에서 이김에 따라 한·일 양국 롯데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롯데 지배 구조 개선 작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평가된다.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과 화학, 물산 등의 지주회사 편입이 이뤄질 경우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더 강화된다. 이에 따라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롯데 핵심 계열사의 2대 주주인 호텔롯데 상장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그룹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 구속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2심 판결 결과에 따라 상장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황 부회장과 4개 사업부문(BU) 부회장단이 이끄는 롯데 비상경영위원회 역시 경영권 리스크가 사라진 만큼 한층 안정된 상황에서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유통 등 각 사업 분야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롯데의 공조 관계가 튼튼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주총 주요 성과로 꼽힌다.
신 전 부회장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신 회장 부재를 틈타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의 사회 신용, 기업 가치, 관련 이해 관계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롯데그룹 경영 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