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를 포함해 3년 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2015년 수준인 5억4000만톤으로 동결했다. 2019~2020년에는 유상할당도 시행한다. 배출권 할당량 동결과 유상할당 시행이 겹치면서 산업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가 최근 마련한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 2단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2019년, 2020년 연간 배출권 사전할당량을 모두 5억4097만톤으로 동일하게 책정했다.
배출권거래제가 처음 도입된 2015년 할당량 5억4320만톤과 비슷한 수준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5억3600만톤과도 유사하다. 정부는 2016년 5억3260만톤, 2017년 5억3890만톤 등 매년 배출권 사전할당량을 경제성장 등 증가요인에 관계없이 빡빡하게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2년 동안도 비슷한 수준으로 할당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유상할당도 시행한다. 전체 64개 업종 중 유상할당 대상인 전기업·전기통신업·식음료업·학교·병원 등 20여개 업종은 할당량 3%를 경매를 통해 유상 매입해야 한다. 유상할당 대상 업종 입장에서는 할당량이 부족한데다 3%는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겹친다.
할당 계획은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제2차 계획 기간 대상 기준 591개사)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계획 기간 단위로 배출권 할당량을 정해 기업별로 분배한다. 기업은 할당 받은 배출권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 의무를 이행한다.
기업은 할당 받은 배출권이 부족하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추가 구입해야 한다. 할당량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배출 여유가 감소하는 것으로, 기업 부담이 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계는 정부가 강도 높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경제 성장을 무시하고 2015년 수준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맞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시멘트, 철강, 유화 등 매년 배출권이 부족했던 업종과 반도체 등 성장 폭이 큰 업종은 수출 경쟁력과 경영 악화까지 우려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를 포괄하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 발표를 통해 과거 2016년 수립한 로드맵 당시보다 수정안에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GDP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GDP에 주는 영향이 적다는 것은 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장 2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 계획만 봐도 이와 반대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은 감내할 수 있는 감축잠재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전전긍긍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할당량이 부족해) 온실가스 직접 감축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나마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밖(해외)에서 찾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