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파우치 타입 NCM 811 배터리를 세계 최초 양산했다. NCM 811 배터리는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현존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LG화학과 경쟁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충남 서산 공장에서 차세대 NCM811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배터리는 기아자동차가 이달 출시 예정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니로EV에 첫 탑재된다.
NCM811은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망간을 8대1대1 비율로 구성한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니켈 함량이 80%까지 높아지고, 코발트 비중은 10% 수준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현재 주로 쓰이는 NCM622 배터리 용량이 180㎃h/g 수준인 것과 비교해 NCM811은 200㎃h/g 이상으로 용량을 높일 수 있다.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을 높이려는 이유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내연기관차와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양극재 분야에서는 니켈 함량을 높여 g당 용량을 높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전해액과 반응이 활발해져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이를 극복하고 초고밀도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크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내 양극재 업체와 협력해 바깥쪽 니켈 함량을 줄이고 중심부 니켈 함량을 높인 구조의 양극재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코팅과 도핑 재료를 달리해 안전성을 높이고 세라믹 물질을 코팅한 3세대 분리막도 자체 개발·적용, 기존의 단점을 극복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상용화에 성공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한 만큼 NCM811 배터리의 전기차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용 파우치 타입 NCM811 세계 최초 양산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LG화학은 고객사가 NCM811 채택을 보류하면서 양산 로드맵이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NCM811 대신 니켈 비중을 70% 정도로 높인 NCM712 상용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용으로 현재 NCM 622를 양산 중이며 2년 후 NCM 712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2년께 니켈 함량을 90%로 끌어올린 4성분계(NCMA) 양극재를 양산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 수정에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최대 고객사인 GM 등 완성차 업체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GM 측에 NCM811 배터리를 공급을 타진했지만 GM이 이를 최종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파우치형 배터리=얇은 알루미늄 호일에 배터리 구성물을 넣어 밀봉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배터리다. 크기와 형태를 비교적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무게가 가벼워 연비 측면에서도 유리한 장점이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