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성황리에 개최된 ‘2018 블록체인 오픈 포럼’(Blockchain Open Forum 2018, 이하 ‘BOF’)이 29일 2일 차 행사를 진행하며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BOF는 세계 각 분야 권위 있는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연사로 등장해 강연을 진행하고 서로 모여 청중과 함께 열린 토론을 진행하는 포럼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들을 한 자리에서 확인하고 블록체인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학술제다. 국내에서 열린 BOF 2018은 블록체인 전문미디어 토큰포스트(Tokenpost)와 경제전문 외신 이코노타임즈(Econotimes), 국내 경제전문지 아시아경제TV 주관으로 개최됐다.
BOF 2018은 지난 1일 차 ‘프라이빗 체인 홀’(Private Chain Hall)에서 ▲프로토콜의 미래 ▲거래소의 미래 ▲공증의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금융의 미래 ▲결제 시스템의 미래 등의 주제로 블록체인이 만들어갈 각 산업의 미래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오늘(29일) 진행된 2일 차 행사는 ▲부동산의 미래 ▲크립토 인플루언서 ▲2018 암호화폐 규제 ▲플랫폼의 미래 ▲투자의 미래 ▲소셜 임팩트의 미래 등 올바른 블록체인 생태계 확대와 상호작용을 위한 커뮤니티 형성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연사로 나선 벤처 캐피털리스트 ‘팀 드레이퍼’(Tim Draper)는 “훌륭한 암호화 화폐가 블록체인과 접목됐을 때, 별도의 회계 감사가 필요 없어 회계사와 변호사와 같은 직업이 사라지고 은행업과 보험업도 대체할 수 있다”며 암호화 화폐의 본질이 블록체인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암호화 화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널리 퍼져 나가 일정 시점에 더 이상 법정화폐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현재 부동산 거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려는 ‘드림 체인’을 추진하고 있는 ‘피에트로 도란’(Pietro Doran)은 “기술에 대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운을 띄웠다. 블록체인을 ‘경계와 국경을 무너뜨리고 하나로 통합하는 개념’으로 정의한 그는 “블록체인은 이미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존재”라며 이제는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보다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실생활에 적용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역설했다.
피에트로 도란이 블록체인을 한국의 금속활자에 비유해 설명한 건 인상적이었다. 그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개발했고 이 뛰어난 기술은 역사적으로 조명받아 마땅했다”고 말했지만 “일부 특권층에게만 기술이 독점되고 대중화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인류의 지식 전파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도 금속활자처럼 일부 특권층에게만 독점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만큼 대중화와 생태계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 모여 상호 보완을 이뤄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의 미래’라는 주제로 나선 피에트로 도란(Pietro A Doran), 흐리스토 디미트로 흐리스토프(Hristo Dimitro Hristov), 콘스탄틴 시냐고브스키(Konstantin Sinyagovskii), 마이크 설리반(Mike Sullivan), 노홍균, 세르게이 카몰로프 교수(Dr. Sergey Kamolov) 등은 한 자리에 모여 블록체인 대중화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에서 가장 많은 의견과 질문을 냈던 피에트로 도란은 “한 지인이 ‘나는 블록체인은 모른다. 오로지 가상화폐 거래만 관심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현재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카몰로프 교수는 “투자와 혁신의 관점이 공통분모로 묶여 나아가는 만큼 이에 대한 공통적인 접근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그는 “블록체인이 더 확장되지 않는다면 성공이라 보기 힘들다”라고 말해 “동일한 전략과 정책들이 블록체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다뤄야 한다”며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로의 발전을 위한 커뮤니티 활성화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연사들이 우려하고 지적했듯이 블록체인을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은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주요인이다. 정부 규제 또한 블록체인을 가상화폐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투자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대중심리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에는 자성의 움직임 또한 보인다. ‘퍼블릭 체인 홀’(Public Chain Hall)은 어제에 이어 ICO 성공모델을 홍보하느라 분주했다. 퍼블릭 체인 홀에 위치한 스폰서 케이체인은 블록체인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컨설팅 ▲교육 ▲기술 ▲리서치 등의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팅 그룹이다. 케이체인의 ICO 기업 자문 성공 사례로는 스카넷체인(Scanetchain), 기빙 레저(Giving ledger) 토큰포스트(Tokenpost) 등이 꼽힌다.
이중 스카넷체인은 NEM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최초의 증강현실(AR) 댑(dApp)이다. 스카넷체인은 기존의 AR 앱과 같이 제품, 브랜드, 이미지 등의 특정 형상을 등록해 디지털 방식으로 식별하도록 도와주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링크로 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픈마켓 플랫폼이다. 스카넷체인 특성상,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구글 렌즈와 같은 비전인식 AI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반 AR 앱과 별 차이 없는 것에 그칠 수 있었지만, 케이체인의 자문을 통해 블록체인이 접목되면서 현재는 국경을 넘나들며 가상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AR 플랫폼으로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케이체인의 개발자 ‘에단 리’(Ethan Lee) 씨는 블록체인 오픈포럼에서 지금까지 케이체인을 찾아준 곳은 80여 곳 정도“라며 ”그들의 제안은 여러 부류지만 보통 파트너십을 제안하거나 본인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설명하고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단도직입적으로 견적을 문의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말했다. 이런 문의에 대해 에단 리 씨는 ”컨설팅도 진행하기도 하지만 케이체인 아카데미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수료 시 케이서트라는 인증서를 발급해 제공하는 등의 도움도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체인의 개발자 ‘에단 리’(Ethan Lee)씨는 한국의 블록체인 시장이 규제로 인해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이 “언론이나 블록체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비춰져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해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케이체인이 블록체인의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더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출범했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분이 케이체인을 찾아줌으로써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도 BOF의 퍼블릭 체인 홀을 찾았다. 중국 북경에 본사를 둔 체인스는 이번 달 론칭해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EOS 생태계에 기반한 거래 플랫폼이다. ICO를 진행하는 이더리움과 달리 EOS는 에어드랍 토큰을 주로 제공한다. 따라서,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만 집중하지 않고 EOS까지 관여하는 거래자라면, 체인스를 통해 다수의 에어드랍을 절차나 수수료 없이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EOS 기반 거래소가 없기 때문에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사용자라면 선택의 폭이 증가할 전망이다.
체인스는 이미 지난 20일에 일어난 빗썸의 해킹 소식을 잘 알고 있었다. 체인스 관계자는 보안성과 관련한 질문에 “체인스는 ‘핫 월렛’(Hot Wallet) 대비 ‘콜드 월렛’(Cold Wallet) 비율을 90% 이상으로 두고 있어 코인의 10%를 잃어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콜드월렛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채로 프라이빗 키와 코인을 저장하는 지갑으로 해킹에 강하다. 또한 “체인스의 CTO는 인민해방군 보안기술자 출신이라 보안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을 이어갔다. 국내와 같이 가상화폐 규제가 심한 중국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제법 국내보다 더 앞서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BOF에서는 외국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성공사례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페이엑스는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손쉬운 대중화 방안과 블록체인 생태계 확대방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페이엑스는 현재 카드로 지불하는 방식처럼 실생활에서 손쉽게 가상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페이엑스는 가상화폐 거래 시 일반 카드결제에 비해 수수료가 현저히 낮아질 수 있는 점에 착안했다. 만약 페이엑스에 가맹된 점포에서 소비자가 페이엑스로 결제하게 되면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수수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결제시스템이다.
특히 페이엑스는 가상화폐마다 시세 등락 폭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여러 종류의 가상화폐를 페이엑스 하나에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페이엑스는 결제 시 등록된 여러 가상화폐를 목록으로 보여주고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처럼 순위를 정해 추천하게 된다. 이후, 소비자는 간단하게 추천된 가상화폐를 골라 최저가로 결제하면 된다.
페이엑스 김시철 연구원은 “가맹점이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기존의 POS 연동 결재 시스템이나 지로 청구방식과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 강점을 설명했고 “페이엑스는 거래소와 직접 연동되어 곧바로 정산하는 플랫폼이기에 거래소에도 관심이 높아 많이 찾아온다”며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간편한 카드결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큰 국내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페이엑스의 시스템은 시장성이 좋은 비즈니스로 생각된다.
이날 BOF 2018은 연사들의 강연과 스폰서 업체 전시와 별도로 ‘블록체인 피칭 컴페티션’이 동시에 진행돼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블록체인 피칭 컴페티션은 BOF에 일반 부스로 참가한 스폰서 업체에게 주어지는 피칭 경연으로 국내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1등부터 3등까지 우수 피칭자에게는 최대 10,000달러(미국) 상당의 블록체인 전문 마케팅 대행사 ‘애드크립토’(Adkrypto) 온라인 광고 혜택이 포상으로 주어질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김광회 기자 (elian118@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