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지진처럼 느껴졌어요. 지진의 힘을 잘 알게 됐습니다.”
3일 서울 강남구 개일초등학교에 가상현실(VR) 지진체험 장비가 설치됐다.
개일초 3~6학년 학생들이 긴장한 채 체험 장비에 올랐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본격적으로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우~' 하는 탄성을 지른다. 이어 진동이 더 커지자 안전 손잡이를 꽉 잡은 채 진짜 지진이 난 것처럼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체험이 끝난 후 장비에서 내려온 학생들은 실제 지진을 겪었던 것처럼 수다스럽게 체험담을 쏟아냈다.
이번 교육은 강남구청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가상현실(VR) 지진체험 안전교육' 일환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빈번해진 지진에 대비해 구민 대응 능력을 효과적으로 기르기 위해 계획됐다.
체험대상은 관내 31개 초·중·고교 학생으로 각 학교를 방문해 교육을 실시한다. 지금까지 총 17개 학교에서 1만5000명이 지진체험 교육을 받았다. 지진체험은 가로 2.8m 세로 1.7m 체험장비에 탑승해 VR 헤드셋 착용 후 안전요원 지시에 따라 진행된다.
탑승자는 3차원 지진 시뮬레이션과 바닥 경사·진도 조절로 지진규모 1~9까지 지진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영상을 통해 규모별 지진 상황에 따른 대피방법과 행동요령을 배우게 된다. 강남구청은 연말까지 총 2만977명 학생을 대상으로 체험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장비를 공급한 홍수길 VR월드 대표는 “체험을 한 후 지진 안전교육을 하자 교육효과가 높아졌다고 한다”면서 “별도 체험관을 찾아가지 않고 학교에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이 교육에 이용하는 VR 지진체험은 기존 체험시설과 달리 쉽게 이동 가능하다. 지게차로 옮기고 트럭에 실어 전국 어디든지 이동해 설치할 수 있다. 제작비 부담이 크고 넓은 설치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기존 고정형 지진체험관 문제를 해결했다. 지진체험관 대도시 위주 운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도서벽지에서도 체험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VR월드는 강남구청을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체험교육 도입을 타진할 계획이다. 또 지진 시뮬레이션 외에 화재나 홍수 등 다양한 재난 콘텐츠를 제공해 체계적 안전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롤러코스터와 바이킹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가미해 교육효과를 높이도록 한다는 그림도 그렸다.
홍수길 VR월드 대표는 “재난 증가에 따라 안전체험관 이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일반인도 쉽게 설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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