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보조금을 받는 전기버스 충전 규격이 제각각이다. 충전 규격이 다르면 충전설비 하나에 방식이 여러 가지인 충전기를 모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중복 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운수사업자는 차량을 추가 도입할 때 같은 규격 차량만 찾아 구매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된다.
정부는 승용 전기차 충전 규격에서 유사한 문제를 겪었다. 3년 만에 '콤보 타입1'으로 어렵게 통일시켰다. 도입 초기인 전기버스에서 다시 충전규격 통일 문제가 불거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자격'을 획득한 전기버스 업체는 8개사이다. 중국 방식(GB/T)을 채택한 업체는 5개사, 유럽 방식 '콤보 타입2'는 1개사, 일본 '차데모(CHAdeMO)'는 2개사로 확인됐다. 국가가 권고한 충전 규격 '콤보 타입1'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들 모두 국제표준에 포함돼 있다. 다만 차데모를 제외한 GB/T와 콤보 타입2는 국내에서 한 번도 쓰지 않은 규격이다. 서울시 등 최종 예산 집행 기관인 지방자치단체는 충전 규격에 대한 뚜렷한 검토 없이 전기버스 보급 사업에 나서고 있다.
GB/T는 비야디(BYD), 포톤, 중통, 하이거 등 중국 전기버스 업체 4곳을 포함해 대우자일이 채택했다. 콤보 타입2는 유일하게 현대차만 사용한다.
업계는 전기버스 등 상용 전기차 시장이 올해부터 확대됨에 따라 국가 차원 충전 규격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기버스는 운행 거리 등 주행 패턴이 일정한 시내 노선버스 중심으로 보급돼 왔지만 올해부터 관광버스 등 비노선 차량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전기트럭 등 상용 전기차도 다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환경부가 확보한 전기버스 보급 예산은 255대 분량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전기버스 시장이 3배 가까이 커진다. 차량당 정부(환경부·지자체·국토부) 보조금 2억원이 투입되면서 애초부터 규격이 같은 충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충전 규격을 콤보1으로 통일한 건 승용 전기차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모든 전기차를 포함한 것이지만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환경부와 지자체 등과 협의, 혼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국표원은 지난해 말 전기차 급속충전 방식을 콤보1으로 통일하는 한국산업규격(KS)를 개정했다. 전기차 제조사별로 세 가지 충전 방식(차데모·AC3상·콤보1)을 혼용해 사용해 오던 기존 방식을 하나로 통일했다. 이후 한국전력공사는 올해부터 전국에 구축하는 충전기를 콤보1으로 단일화했고, 환경부는 콤보1 보급 비중을 점차 늘려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