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장벽에 부딪친 바이오·제약 고도화에 인공지능(AI)이 접목된다. 시작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지만 민간기업 투자도 요구된다.
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은 신약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올해 기술을 개발해 내년 현장에 적용한다.
신약개발은 10년 이상, 1조원 규모 등 막대한 기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성공 가능성은 낮다. 1만개 신약 후보물질 중 평균 한 개만이 신약으로 개발된다.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AI가 주목 받는다. 많은 후보물질 중 신약 개발이 가능한 물질을 AI로 구분한다. 약물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하고 새로운 질병에 적용 가능성도 파악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신약개발 AI 플랫폼을 발표했다. 약물 관련 화학물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약물·표적 간 관계, 약물 작용 등을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내년까지 개발한다.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내년 복지부와 시범적용 사업으로 확대한다. 제약사를 선정해 플랫폼을 시범 구축한다. 과기정통부는 플랫폼 적용 인프라, R&D를 지원한다. 복지부는 임상시험, 제도 지원 등을 맡는다.
바이오·제약사 대상 AI 모델 개발 지원 사업도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신약개발 AI 기술, 필요한 데이터, 적용 분야, 효과 등을 분석해 일종의 AI 도입 '참고서'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개발한 플랫폼과 별개로 기업이 직접 AI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R&D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면서 “신약개발 AI 모델을 구체화해 기업이 다양한 선택을 통해 첨단 기술을 도입하도록 지원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약개발 AI 기술 확보는 신약개발이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20년간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한 신약은 29개다. 대부분 복제약 개발과 유통에 집중했다. 바이오신약은 기업이 영세해 R&D가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신약개발에 성공해도 성과가 미미하다. 지난해 매출액 300억원을 돌파한 신약은 제미글로(LG화학), 카나브(보령제약) 두 개뿐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보유한 엄청난 DB와 인력은 국내기업이 따라가기 어려워 갈수록 신약 개발 역량 차이가 커진다”면서 “AI는 글로벌 기업과 격차를 줄이고 비용, 시간 등 단축을 돕는다”고 말했다.
정부 노력만으로 신약개발 역량을 높이기 어렵다. 유한양행 등 일부 기업만 AI 기업과 협업해 신약개발에 활용한다. 신약개발 AI 기업도 스탠다임, 신테카바이오 등에 불과하다. 바이오·제약사 선제적 투자와 솔루션 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AI를 접목할 정도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는 제약사는 국내 거의 없다”면서 “바이오·제약사가 데이터 투자를 선행해야 하고 정부는 IT 기업과 협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