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니옵티컬이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 중국 카메라 모듈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채택되는 건 처음이다.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은 삼성전기, 파트론, 엠씨넥스 등 국내 기업이 대부분 공급을 맡던 품목이다. 시장 정체와 삼성전자의 판매 부진으로 말미암아 고충을 겪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니옵티컬은 삼성전자가 하반기 출시 중저가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것으로 파악됐다. 서니옵티컬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렌즈·액추에이터·모듈을 제안했고, 가격 경쟁력에 앞서 가장 많은 물량을 담당하는 '퍼스트벤더'로 선정됐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 카메라 모듈 벤더로 중국 업체가 선정된 건 처음”이라면서 “삼성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진입에 주목한다”고 전했다.
서니옵티컬은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메이저 스마트폰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광학부품 전문 기업이다. 아이리서치와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서니옵티컬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5년 기준 8%다. 삼성전기와 시장에서 맞부딪치는 경쟁사다. 삼성전자가 관계사인 삼성전기 경쟁사에서 제품을 공급받는 점이 눈에 띈다.
서니옵티컬의 삼성 진입은 국내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카메라 모듈을 국내 기업에서 조달했다. 삼성전기, 파트론, 엠씨넥스 등이 카메라 모듈 분야 주요 협력사다. 서니옵티컬이 진입했다는 건 그만큼 기술, 품질, 가격 면에서 중국 부품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자 앞으로 국내 기업과의 경쟁 심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니옵티컬은 삼성에 대한 영업 강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서니옵티컬은 삼성전자 전담 부서를 꾸리고 올 연말 국내 제품 평가와 개발 등을 지원하는 연구소를 구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카메라모듈 외에도 다른 중국산 부품 공급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니옵티컬은 이에 앞서 삼성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9에 렌즈를 납품하는 것도 성공했다. 렌즈에 이어 카메라 모듈까지 이번에 영역을 확장했다. 중국 구딕스의 지문 인식 센서도 올해 삼성 스마트폰에 처음 진입했다.
중국 스마트폰 부품 업계는 자국에서 쌓은 기술 경쟁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나 애플과 같이 메이저 스마트폰 기업에 다양한 부품 공급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위협은 스마트폰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분야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