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관 “반도체 장비재료부품 테스트베드 구축 절실” 한목소리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반도체 후방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가 장비·재료·부품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나 '평가팹'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라인과 동일한 환경의 평가팹을 마련하면 후방 산업계 경쟁력 향상은 물론 연구계 신기술 개발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18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지역구 경기 화성시)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발전대토론회'에서 산학연 주요 인사 모두 이 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단순 국산화 관점이 아닌, 글로벌 수준 반도체 후방 업체를 육성하려면 테스트베드가 꼭 필요하다”면서 “테스트베드가 마련되면 시장 진입 장벽으로 여겨지고 있는 시제품 평가와 인증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후방 산업이 탄탄해지면 중국의 추격도 뿌리칠 수 있다”면서 “하루 빨리 테스트베드를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정부 보조금을 받고 사업하는 중국 기업과 원가로 경쟁해선 근본적으로 이길 수가 없다”면서 “중국이 갖지 못한 인프라(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그쪽에서 차별화된 혁신 기술을 가져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은 “소자업체와 동일한 장비를 운용하면 R&D가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개별기업이 그 정도 시설투자를 감당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아직 공식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반도체 재료 산업에서도 보조금 정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한국 재료 업체 입장에선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재동 케이씨텍 대표는 “장비 국산화율이 떨어지는 건 소자 회사가 신공정, 신재료를 활용해야 될 시기에 이에 맞는 장비를 제때 개발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테스트베드가 생기면 선제 개발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 메카로 사장은 “우리회사 주력 제품인 프리커서(전구체)의 경우 디자인에서 양산까지 5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고, 개발이 완료돼도 매출로 연결될 확률이 5%를 넘지 못한다”면서 “그나마도 제품군의 사용주기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매출을 유지하려면 5~6개 이상 제품군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제품군을 유지하려면 신재료를 평가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원경 라온테크 대표는 “테스트베드 혹은 평가팹에서 신뢰성 높은 공인 인증서를 발급하면 국내 업체의 장비 부품 사용률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 현업 장비 엔지니어가 국산 부품을 제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해 반도체 수출 전망치는 1200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동안 정부가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반도체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칠승 의원은 “반도체가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인데 중국의 시장 진입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국회에서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날 토론회 의견을 토대로 조만간 별도 간담회를 열어 테스트베드 구축에 관한 구체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