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남북경협의 시작점, 경원선 복원구간을 가다...“길이 연결되면 물류와 사람, 문화가 전달된다”

18일 강원도 철원군 경원선 백마고지역의 철로 중단점 모습. 남북관계 훈풍에 경원선 철도 복원사업도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된다. 복원사업 후 남북 간 협의가 진척되면 서울과 북한 원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모스크바, 독일 베를린을 잇는 21세기 철(鐵)크로드 시대가 열린다.
18일 강원도 철원군 경원선 백마고지역의 철로 중단점 모습. 남북관계 훈풍에 경원선 철도 복원사업도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된다. 복원사업 후 남북 간 협의가 진척되면 서울과 북한 원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모스크바, 독일 베를린을 잇는 21세기 철(鐵)크로드 시대가 열린다.

18일 오후 2시께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 서울에서 평화열차 DMZ 트레인 등을 타고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하니 커다란 표지판 위에 '철도중단점'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철도중단점이라는 말과 같이 백마고지역에서 북한 원산으로 향하는 철로는 끊겨 있었다. 2015년 시작된 경원선 복원사업을 통해 재연결을 시도했으나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중단돼 방치 상태다.

역사 한 쪽에는 '북녘하늘 우체통'이란 이름의 하늘색 우체통이 쓸쓸히 서 있다. 통일을 기원하고 북한과의 교류를 희망하는 이들의 손편지를 담는 곳이다.

오후 3시께 찾은 민간인통제구역 내 철원역과 월정리역은 현재 사용되지 않는 역사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철로는 수북한 수풀에 뒤덮였다. 철로 한 켠에는 한국전쟁 당시 철원과 원산의 산물을 싣고 달리던 열차가 폭격에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한 쪽에는 커다란 판자 위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와 함께 서울, 부산, 목포, 평강, 원산, 함흥, 성진, 청진, 나진까지 거리가 새겨져 있었다.

손편지의 염원이 통했을까. 다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조성됐다. 경의선과 동해선 등 남과 북을 하나로 연결하는 철도사업이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 등을 통해 논의되면서 경원선 복원사업도 재추진됐다.

6월 총사업비를 조정해 사업기간을 2년 연장한 뒤 이달 초부터 연천역~백마고지역 간 철도교 개량사업이 진행 중이다.

[르포]남북경협의 시작점, 경원선 복원구간을 가다...“길이 연결되면 물류와 사람, 문화가 전달된다”

민간인통제구역 내 철원역과 월정리역까지 9.3㎞구간 복원도 추진한다. 이후 남북이 합의하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평강역과 원산역까지 철도를 개보수해 경원선 복원을 마무리한다. 평강부터 원산까지 104㎞ 구간은 현재 북한에서 운행 중이다.

이현정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수도권본부장은 “2020년까지 남북협력기금 1791억원을 투입해 백마고지역부터 민통선 군사분계선까지 연결한다”며 “이후 구간은 남북 간 합의 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원선은 복원이 완료되면 한국전쟁 전에 철원 등 강원도 산물이 원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전해지는 물류거점 모습을 되찾는다.

북한과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라인과 함께 북한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 유럽까지 닿는 '신 철(鐵)크로드' 탄생도 가능하다.

이날 현장을 찾은 국회 철도·통일·경제포럼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배로 출발해 무역을 하는 항만물류 시간과 비용보다 경의선이나 경원선을 통해 유럽으로 철도물류 시간과 비용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면서 “관건은 북한 의지와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국민적 합의”라고 설명했다.

노웅래 포럼 대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길이 이어지면 물류가 오고가고 사람이 왕래한다. 문화가 전해지고 서로가 융화한다”면서 “남북경협의 시작점이자 신 철(鐵)크로드 출발을 알리는 경원선 복원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철원(강원)=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