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연구관리 전문 기관을 각각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기획평가 수행체계 개편안'을 수립, 조율에 들어갔다. 다음 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안을 다룬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연구기획평가 수행체계 개편을 위해 정부 연구관리 기관 통폐합을 추진했다. 올해 초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부처 1기관'이라는 세부 원칙을 세웠다. 12개 부처 17개 기관을 10개 부처 10개 기관으로 통폐합하는 것이 뼈대다. 국가 R&D 사업 효율성과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각각 3개 대형 연구관리 기관을 보유, 통폐합 방안에 관심이 쏠렸다.
정부 안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한국연구재단(NRF)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을 NRF 중심으로 재편한다. 기존 NIPA 부설 기관으로 있던 IITP는 NRF 아래 부설 기관으로 둔다.
IITP는 국가 정보통신기술(ICT) R&D 전담기관이다. NIPA는 부설 기관인 IITP가 NRF 소속으로 떨어져 나감에 따라 산업 진흥 역할만 수행하는 기관으로 남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등 3개 연구관리 기관을 두고 있다. KEIT가 KETEP를 부설 기관으로 흡수한다. KIAT는 산업 R&D 기능을 떼어내 KEIT에 넘기고 기술 진흥 업무만 수행한다.
정부는 다른 부처를 포함한 세부안을 가다듬은 최종안을 마련해 다음 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할 계획이다. 피흡수 기관 직원 처우 등 세부 사안도 확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R&D 기획 기능, 역할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세부 방안까지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추진을 두고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당초 연구기획평가 혁신 취지와 달리 연구 특성을 무시한 물리 형태 통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과제로 제시한 '부처 칸막이를 제거한 R&D 기획 체계 구축'과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관 통합 과정에서 수반되는 갈등을 비롯한 부작용도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옛 지식경제부 산하 연구지원 기관 통합 때도 조직이 안정되는데만 3~4년이 소요됐다.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도 '1부처 1기관'이라는 일방 통합 방식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각 기관이 기획하고 있는 R&D 성격이 다르고 중복 과제가 발생하면 이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됐다”면서 “오히려 중복 과제를 허용해서 융합을 추진하는 해외 R&D 체계와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R&D 기획 단계에서 부처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기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거대화, 비효율성 문제를 감안하면 부처 칸막이를 제거하고 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는 R&D 기획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 연구관리 전문 기관 현황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