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한국 스타트업, 어떤 전략으로 중국에 진출해야 하나
중국에 진출했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한국 소프트웨어(SW) 기업은 현재 중국 수준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중국 진출을 시작한 2015년에 여느 기업 CEO처럼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당시 10년 이상 노하우가 축적된 씨엔티테크와 비교해도 적어도 O2O 커머스(외식 주문을 포함한) 모바일과 핀테크 분야는 중국 스타트업 기업이 한참 앞서 있었다.
결국 모바일은 경쟁 우위가 없다고 결론 내린 뒤 그들이 생략하고 뛰어넘은 통신 미들웨어 분야, 콜센터 기반 기술 및 운영 기술, POS 분야 경쟁력만 확인하고 우리는 중국 사업에 나서고 있다.
14년 동안 한 우물만 팠음에도 우리 회사의 9개 기술 분야 가운데 절반이 안 되는 단 4개 분야만 경쟁 우위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모바일 기술 분야는 채 5년도 안 된 중국 스타트업 기업이 큰 격차를 두고 앞서가는 것에 몹시 놀랐다.
모바일 O2O와 핀테크는 중국이 2~3년 이상 앞서고 있다. 요즘 중국에서는 적어도 이 분야에 관해 “대륙 노하우를 전수해 주마”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 SW 개발 및 운영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방법은 있다.
우리 경험이 누적됐음에도 중국이 단기간에 몰입 없이 뛰어넘은 분야는 분명히 우리에게 경쟁 우위가 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중국 현지 기업과 협업으로 풀어내면 된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신뢰를 쌓으면서 합리 타당한 거래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협업을 위해서는 조인트벤처를 건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 시장을 향한 현지화와 시장 개척은 외국인에게 정치와 관련된 위협 요소가 많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조인트벤처다.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무기로 하여 유사한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을 조인트벤처 파트너로 물색해 보기를 권한다.
장기로 한국 모바일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어떻게 해서든지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가장 좋은 연결고리는 투자 유치라 할 수 있다. 최근 BAT도 한국의 경쟁력 있는 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적극 제안하고 경쟁력을 길러 간다면 분명 기회는 온다.
그러나 늘 기본 조건으로 삼아야 할 것은 한국 시장에서의 경험과 성공 스토리를 전제로 해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경쟁 우위를 갖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추고 중국에서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한 뒤에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방향으로 하나하나 풀어 나간다면 10배 이상 큰 중국 시장도 도전할 만하다. 또 중국 시장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보기보다 자치 성(省) 단위로 시장을 나눠 단계별 접근을 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