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휴대폰 판매점서 근무해보니...'정책 따로 현실 따로'

22일 기자가 일일 점원으로 근무한 인천 휴대폰 판매점에는 마감 시간까지 단 명의 소비자도 방문하지 않았다.
22일 기자가 일일 점원으로 근무한 인천 휴대폰 판매점에는 마감 시간까지 단 명의 소비자도 방문하지 않았다.

주말 골목상권 활성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이동통신사 직영점 휴무 정책'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선 '정책 따로, 현실 따로'라며 소비자 불편은 물론 체감하는 유통점 괴리감이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기자는 일요일인 22일 인천 주안역 인근 휴대폰 판매점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일 점원을 체험했다. 출근 후 약 1시간 동안은 고객 응대 매뉴얼을 익혔다.

그러나 이날 매장 문을 닫을 때까지 휴대폰 구입을 문의한 방문 소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휴대폰 판매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방문객 0명'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판매점 관계자는 “올해 1월 이후 매달 30~40건 개통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인건비, 매장 임대료 등 고정 지출이 월 500만원 정도로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부터 정부와 이통 3사가 판매점 활성화를 위해 직영점 일요일 영업을 중단시켰지만 판매점이 누리는 반사이익은 전무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구조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판매점은 소비자가 일요일에 매장을 방문해서 휴대폰 구입 상담을 하더라도 △고객 연체 △위약금 △단말기 잔여 할부금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고객 정보 조회 전산 시스템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판매점 관계자는 “휴대폰 출고가, 공시지원금, 선택약정할인 금액을 알려주는 상담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를 결정하더라도 당일 판매는 불가능하다. 전산이 차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조회 서비스 이용 불가로 고객의 신용불량, 요금체납 상황을 확인할 방법도 없다.

가입자 신원 정보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판매점이 이튿날 개통 조건으로 판매 스마트폰을 미리 내줄 수 없는 한계가 분명했다.

신분증 스캐너를 통해 전산 시스템에 저장된 고객 정보는 그날 밤 12시를 기준으로 모두 삭제된다. 판매점은 소비자에게 개통을 위해 이튿날 방문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판매점은 고객 신분증을 보관하고 있다가 자체 개통되면 '개인정보보호 지침'에 위반될 소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 재방문 외엔 대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판매점 관계자는 “소비자는 일요일에 유통점을 방문한다 하더라도 당일 휴대폰 구입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통사 직영점 휴무 취지를 살리는 방법은 판매점이 주말에도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