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합 큐알(QR)페이가 정부 주도로 올 하반기 상용화된다. 개별로 운영되던 QR코드를 일원화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결제가 가능해진다. 금융감독원과 신한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가 세부 협의에 착수했다. QR을 앞세워 국내 결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 대응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 주도로 한국 모든 가맹점에서 단일 QR코드를 활용해 결제가 가능한 '한국 통합 QR페이'를 하반기에 선보인다.
QR은 'Quick Response'의 약자로, '빠른 응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흔히 보는 바코드와 비슷하지만 활용성이나 정보성 면에서 바코드보다 한층 진일보한 코드 체계다.
QR코드 결제는 스마트폰이 흑백의 2차원 바코드를 읽어 들여서 거래 정보를 식별하고, 이 정보로 온라인에 접속해 결제를 완료하는 것을 말한다. 지갑과 현금카드를 지니지 않고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QR코드를 읽는 것만으로 결제를 마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노점·슈퍼마켓에서부터 택시·백화점·병원까지 QR코드 결제로 모든 결제가 가능한 인프라를 확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중국 기업이 한국에 QR 인프라를 대거 확충하고 나섰다. 이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중국인이 자주 가는 주요 관광지에 한국 가맹점 대상으로 막대한 QR 인프라를 확충했다. 최근 중국 인롄도 명동, 동대문 헬로APM, 노량진 수산시장, 공항철도 등 400개 가맹점에서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한국 전역에 QR 인프라를 깐다는 구상이다. 막대한 결제 수수료 수익을 한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등 세계 전 지역으로 QR 진영을 형성했다. 이를 통해 애플, 구글 등 근거리무선통신(NFC) 진영까지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통합 QR페이 상용화에 나선 것은 중국의 공세 행보에 대응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한국 통합형 QR페이는 우선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 은행 고객을 다수 확보한 비씨카드, 유통쪽이 강점인 롯데카드가 참여한다. 이들 카드사는 각각 QR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거나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카드사별로 QR코드 결제가 호환되지 않아 소비자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도 QR 결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호환이 되지 않고 별도 리워드 형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데 머물러 있다.
우선 금감원은 전국 인프라를 확보한 3개 카드사 QR 결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카드사도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모든 결제가 가능한 범용 QR페이 개발에 합의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든 소비자가 편리하게 QR 결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금융 당국 제안에 최근 개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후발 카드사도 참여한 통합협 QR 앱 개발 협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 QR페이가 상용화되면 소비자는 카드사 구분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해진다. 리워드 교차 혜택 등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도 3개사 QR 결제 약관 제정을 늦추고, 통합형 QR페이 실행 방안을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 QR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하나의 QR로 모든 수납이 가능해진다면 소비자, 금융사, 가맹점까지 간편결제로 모으는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미 롯데카드는 QR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통합 앱 '롯데카드 라이프'를 출시했고, 신한카드와 비씨카드도 별도 QR 결제 약관을 제출했다. 이를 통합해 하나로 구현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플라스틱 카드 경쟁에만 치중해 온 카드사가 QR이라는 통합 플랫폼에 협력을 추진함에 따라 기존 간편결제 시장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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