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10년 만에 '감세효과'…소득재분배·일자리 강조, 혁신성장은 '글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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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확정한 '2018년 세법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첫 해 '과세강화' 기조와 큰 차이를 보였다. 서민·중소기업 세부담은 낮추고, 고소득자·대기업 세부담을 높이는 방향은 그대로지만 소득재분배 지원을 대폭 늘려 전체로 '감세효과'를 냈다. 세법개정으로 감세효과를 낸 것은 이명박 정부가 대규모 법인세 감면을 추진한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세법개정안 전반으로는 소득재분배·일자리가 가장 강조됐다.

신성장기술 연구개발(R&D)·사업화 세제지원 확대 등 혁신성장 사안이 포함됐지만 기업 활력을 높이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환경 친화적 세제개편 차원에서 유연탄에 물리는 세금은 늘리고 액화천연가스(LNG) 세부담은 낮춰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한 것도 관심을 모았다.

◇10년 만에 '감세효과'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 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대기업·고소득층 과세를 대폭 강화했다.

연간 세전이익이 2000억원을 초과(국회에서 '3000억원 초과'로 최종 변경됨)하는 대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높였다. 연소득 5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에게 적용하는 소득세율은 종전 40%에서 42%로 올렸다. 이에 따른 5년간 세수효과는 5조5000억원 증가로 집계됐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종합부동산세 개편(9000억원 증가) 등 증가 요인이 여럿 포함됐다. 그럼에도 근로장려금(2조6000억원 감소), 자녀장려금(3000억원 감소) 등 감소 요인이 많아 5년간 세수효과는 2조5000억원 감소로 집계됐다.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내놨는데, 이에 따른 세수효과는 5년 간 21조3000억원 감소였다.

정부가 10년 만에 '감세효과'를 감당하게 된 것은 소득재분배·일자리 지원이 그만큼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히는 '세수풍년'이 이어져 재정여력이 확보된 것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이 실제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세효과를 낸 주요 요인이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지원 확대인데, 이는 실제 세금감면이 아닌 조세지출(특정 정책 목표 실현을 위해 정부가 걷어야 할 세금을 걷지 않는 것)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을 제외한 이번 세법개정안 세수효과는 '4305억원 증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확대 등의 지출 증대는 세입으로 계상되기 전 조세지출로 나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입기반에 대한 영향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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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재분배·일자리 지원 강화…혁신성장은 '글쎄'

김 부총리는 이번 세법개정안과 관련 “서민·중산층·중소기업 세부담을 줄이는 정책기조가 유지됐고 대기업·고소득층 증세는 작년만큼 크지는 않아도 계속됐다”며 “최근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과 이번 세법개정에서 신경 쓴 것은 혁신성장,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시장·기업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법개정안은 혁신성장보다 소득재분배·일자리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에 포함된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지급액 확대 계획을 확정해 세법개정안에 포함했다.

이번 새로 발표한 소득재분배 대책 중에는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금액 확대 △산후조리원 비용 '의료비 세액공제' 적용 △기부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확대 등이 눈에 띈다.

정부는 저소득층 가구에 지급하는 자녀장려금의 지급대상에 생계급여 수급자(5만명)을 포함하고, 지급액을 확대(자녀 1인당 30만~50만원→50~70만원)한다. 근로자(총급여 7000만원 이하), 성실사업자(사업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 등의 산후조리원 비용에 대해 의료비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기부금 세액공제 고액 기준 금액을 인하(2000만원→1000만원) 해 기부를 활성화한다.

일자리 부문에서는 작년 말부터 정부가 차례로 발표한 △위기지역 창업기업 법인세·소득세 감면(5년간 100%) △중소·중견기업 육아휴직 복귀자 인건비 세액공제 신설 등이 주요 대책으로 꼽힌다. 중소기업 고용증가인원에 대한 사회보험료 상당액 세액공제(50~100%), 중소·중견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 세액공제 적용기한 3년 연장이 새로 포함됐다.

정부는 혁신성장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비용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혁신성장 투자에 대한 가속상각 적용 △직무발명보상금 비과세 확대 △외국인기술자 소득세 감면 확대 △핵심인력성과보상기금 납입금에 대한 손금산입 대상 확대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기업 투자촉진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뒷받침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번 세법개정으로 중소기업이 받는 세금저감 혜택은 38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대기업 세부담은 5700억원 늘었다. 사업전환중소기업 및 무역조정지원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세액감면을 종료하는 등 비과세·감면 정비(총 4604억원 세수 증가)로 일부 기업은 세부담이 커졌다.

김 부총리는 “올해 세법개정안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을 목표로 소득분배 개선, 지속가능 성장 등에 중점을 두고 마련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