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가입자 이탈이 그치지 않는다. 이동통신사가 요금을 내린 후폭풍이다. 요금이 몇 천원 차이로 줄자 알뜰폰을 사용할 이유가 줄었다.
해지율 증가는 가입자 유치 비용을 높인다. 가입자 한 명 유치 속도보다 이탈 속도가 빠르다.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이 이 같은 흐름을 막는 게 쉽지 않다.
방법은 하나다. 도매 대가를 낮추는 것이다. 도매가를 낮춰 소매가를 인하하는 연쇄 효과다. 요금 차이가 벌어지지 않으면 알뜰폰 위기는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이통사는 더 이상 도매 대가 인하는 안 된다며 버티고 있다. 지금도 많이 깎아 준 것이라고 호소한다.
문제는 정부가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편의상 대행하는 것이지 원래는 알뜰폰이 각자 할 일이다. 물가로 끌고 온 말이 물을 마다하며 버티는 꼴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이통사가 결단코 버티는 건 보편요금제 탓이 크다. 둘 다 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요금을 스스로 낮추고, 알뜰폰에 가입자마저 빼앗기면 이통사도 생존을 걱정할 처지라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숲속에 호랑이가 숨었는데 한가하게 물이나 마시겠는가.
'빅딜'을 제안해 본다. 알뜰폰과 보편요금제를 교환하면 어떤가. 보편요금제법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보면 빅딜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명분이 생긴다.
요금 강제 인하보단 시장 힘을 빌리는 게 여러모로 좋다. 강제 인하는 반짝 효과는 있겠지만 시장 경직성을 키운다. 데이터 이용량이 늘면 정부가 요금을 끌어내리는 모습이 반복될 우려도 있다. 창의 서비스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마침 이통사도 저가 혜택을 높인 요금제를 내놨다. 보편요금제 도입 효과가 있다. 알뜰폰을 살려 시장 경쟁도 거들고 요금도 내리는 묘수를 둘 때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