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 밀린 게임사 '암호화폐', '실익 적고 부담은 커'

주요 게임사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답보상태다. 이렇다 할 서비스·사업 모델을 도출하지 못했다. 보안문제와 스캠 등 부정적 이슈가 연달아 터진데다 규제 당국이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며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5일 넷마블, 위메이드, 엠게임 등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한 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R&D)이나 협력 모색 차원에 머물렀다. 연초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속도를 줄였다.

엠게임은 지난해 12월 블록체인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올해 1월 관련 자회사를 설립했다. 넷마블은 올해 3월 블록체인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위메이드는 올해 초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 트리를 설립했다.

게임업계에서 앞장서 블록체인에 뛰어든 엠게임은 8월 현재 다빈치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게 가시적 활동이다. 다빈치재단은 2017년 한중 합작으로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다빈치코인(DAC)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넷마블과 위메이드도 사업검토나 연구개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면서 “게임 등 기존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모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암호화폐와 게임을 결합한 서비스가 시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해 연말 주목받은 '크립토키티' 이후 유사 게임서비스가 줄지어 나왔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암호화폐를 매개로 디지털 콘텐츠에 실물 경제를 붙이는 시도는 도전적이었지만 재미 등 게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게임을 지속할 동기를 주지 못한 것이다.

정부나 거대 플랫폼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도 게임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밸브가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 스팀은 지난 12월 비트코인 결제기능을 중단했다.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채굴 기능을 심은 게임을 플랫폼에서 삭제했다.

규제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6월 암호화폐 시스템을 추가한 모바일게임 '유나의 옷장'을 청소년 이용불가로 판정했다. 해당 업체 소명을 받은 지 한 달이 넘도록 최종 판단을 미루고 있다.

국내 게임사 중 넵튠과 한빛소프트가 가장 구체적인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 중이다. 넵튠은 두나무앤파트나스와 100억원 규모 투자금을 조성해 선도기업을 지원한다.

첫 투자로 나무스튜디오를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판타지스포츠 서비스와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든다. 북미시장을 겨냥했다.

한빛소프트는 블릴라이트코인(BRC) ICO를 진행 중이다. 브릴라이트코인은 '오디션' 등 게임을 중심으로 이종게임 간 블록체인 기반 게임머니를 연동하고 이를 자산화, 거래하는 것이 핵심이다. 프라이빗 세일 등으로 500억원 규모 이상 암호화폐를 투자 받았다. 미탭스플러스, 네시삼십삼분(433), 아이엠씨게임즈, 나인유, 테크노블러드 등이 참여한다.

게임사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게임 간 결합은 아직 투자와 실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사업자들을 자극할만한 성공사례가 나와야 후속주자들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