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미국 반도체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 독자 기술과 시제품을 공식 발표한다. 미국과 무역·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 산실'인 실리콘밸리에서 이 같은 발표를 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메모리 시장 참전을 알리는 '선전포고'라고 해석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사이먼 양 YMTC 최고경영자(CEO)는 6~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플래시메모리서밋에 기조연설자로 나와 신형 3D 낸드플래시 시제품과 공정 기술을 공개한다. 지난해 32단 3D 낸드플래시를 공개한 바 있는 YMTC는 이 행사에서 48단과 64단 적층 제품을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 입출력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는 독자 특허 기술인 '스태킹(Xtacking)'의 면면도 소개한다.
플래시메모리서밋은 글로벌 플래시메모리 관련 업체와 스타트업이 참석해 신기술과 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연례행사다. 중국 메모리 업체가 이 행사에 참석해서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양 YMTC CEO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회사 SMIC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인물이다. YMTC는 올해 말부터 3D 낸드플래시를 본격 양산하는 만큼 이 행사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YMTC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국가 소유 회사다. 칭화유니그룹과 중국국가IC기금, 후베이성지방IC펀드가 총 240억달러(약 25조원)를 이 회사에 투입, 후베이성 우한에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지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월 이 회사에 방문해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 할 수 없다”면서 “중대 기술 돌파를 가속화해 세계 반도체 메모리 과학의 정상에 올라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모리 업계, 특히 미국 마이크론이 이 회사 발표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YMTC에는 마이크론 출신 메모리 전문가 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내 메모리 대기업 임원 출신 인물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3D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이 한국, 일본, 미국과 비교해 2~3세대 뒤처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주력 3D 낸드플래시는 4세대(64단 또는 72단 적층)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5세대(92단) 낸드플래시 양산 소식을 알렸다.
YMTC 낸드플래시는 저가 카드류 시장에 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최근 낸드플래시 공급 상황이 '부족'에서 '균형'을 넘어 '과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YMTC의 행보를 경계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플래시메모리서밋에 참석해서 신기술을 뽐내 온 삼성전자는 올해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디스플레이 분야와 마찬가지로 메모리 분야 기술 유출을 우려해 주요 학회나 콘퍼런스에서 논문 게재나 기술 발표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