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을 또 이겼다. 이번에는 게임 승부였다. 세계 최상위 e스포츠 팀을 이겼다. 인공지능 '오픈AI파이브'는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 '오픈AI파이브 벤치마크'에서 전직 프로게이머를 포함한 인간 팀(99.95th percentile)을 2:1로 이겼다.
오픈AI파이브는 첫 두 판을 손쉽게 승리하며 사실상 인간과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관객이 선택한 영웅으로 게임을 진행해 인간 팀이 승리했다. 오픈AI파이브가 세 번째 대결전 스스로 계산한 승리 확률은 2.9%였다.
오픈AI파이브는 오픈AI가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한 인공지능이다. 오픈AI는 60여명 연구진이 모인 비영리 AI연구 단체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강인공지능(AGI)을 연구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인 단체다.
도타2는 최대 5명이 팀을 이뤄 상대방 거점을 빼앗는 공성전(MOBA)게임이다. 전략은 물론 역할분담 등 팀워크가 중요하다. 고비마다 내린 결정이 이후 판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바둑과 비슷하다.
오픈AI에 따르면 오픈AI파이브는 매일 인간이 180년에 걸쳐 할 수 있는 대결을 스스로 펼치고 학습한다.
오픈AI파이브는 2017년 도타2 1:1 대결에서 프로게이머를 이겼다. 이후 팀 대결에서 아마추어 팀에 승리했다. 전직 프로게이머가 포함된 인간 팀을 이겨 명실상부한 우위를 점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대회를 위해 오픈AI파이브 반응속도를 기존 80ms(1/1000초)에서 200ms로 낮췄다. ms수치가 높을수록 입력 명력과 캐릭터 움직임 사이 격차가 발생한다. 스스로 핸디캡을 준 것이다. 연구진은 “200ms는 인간 반응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AI와 인간 대결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AI 진보를 상징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게임은 바둑보다 대중성이 높은 매체로 평가된다.
딥마인드는 블리자드와 스타크래프트2를 통한 AI와 인간 대결을 추진 중이다. 양사는 지난해 8월 AI가 스타크래프트를 익히기 위한 기본 조건인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했다. 딥마인드 AI가 이를 이용해 스타크래프트2를 익히는 모습도 공개했다.
딥마인드 연구원 오리올 빈얄스(Oriol Vinyals)는 “바둑은 바둑판 전체를 볼 수 있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정찰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면서 “스타크래프트는 마우스 클릭 방식으로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에이전트가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험대”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이 AI와 게임을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2~3년 전 부터 관련 조직을 만들어 운영했다. 주로 게임제작과 운영에 효율성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한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9일 코엑스 그랜드볼룸 103호에서 열리는 'AI 게임 토크 2018'에서 게임산업에 적용 중인 AI 기술현황을 살펴보고 자사 연구개발 현황을 공유한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