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열중해서 허공을 휘젓는 아저씨의 모습이 가관이다. 게임에 몰입해서 땀을 흘리는 사이 우주를 몇 번은 오간 듯 얼굴에 번진 땀과 미소가 반짝인다. 가상현실(VR)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가 MWC 2016에서 차세대 핵심 콘텐츠로 지목하고, 애플도 WWDC2017에서 증강현실(AR)·VR 게임 개발이 용이한 운용체계(OS)를 소개한 바 있는 첨단 산업의 총아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가세, 시장은 용광로보다 뜨겁다. 내년 5G 상용화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AR·VR 시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정부 격전장이기도 하다. 2016년 61억달러이던 VR·AR 세계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20배 이상인 1443억달러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함께 VR·AR 콘텐츠 및 기술 개발과 사장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NIPA, ETRI, KoVRA와 VR 기업이 중국에서 '코리아-차이나 VR/AR 테크 로드쇼 2018'을 개최해 한국 기술을 뽐내고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었다. 상암디지털단지 등지에서는 AR·VR 전시회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과 전시회에 머물러 있기에 시장 변화가 너무 빠르다. 고속으로 시장을 여는 전략, 즉 '마중물 전략'이 시급하다.
2015년 15억4000만위안이던 중국 VR 시장은 2020년 40배인 720억위안으로 예상된다. 시장 확보에 성공한 중국 정부의 공로다. 산둥성 정부가 예산 1억2000만위안을 투입한 VR 기반 공무원 교육은 재판 심리, 마약 재활에 활용되는 VR이 정부기관 교육에도 이용되는 일례다. 우리나라 정부기관도 VR를 적극 도입하는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에 앞장서는 동시에 시장 창출을 도와야 한다. 싱가포르 도시 계획에 사용된 VR 시뮬레이션, 중국의 VR 기반 군대 훈련 등 활용도는 다양하다.
VR 시장 창출과 첨단 교육 환경 조성의 일석이조 효과에도 '초·중·고교 VR 교육 도입'은 더디다. 1만1000개가 넘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VR를 도입하기 위한 예산 부족은 핑계다. 그러나 1000여개 시범학교에 투입되는 수백억원은 창출되는 시장과 교육 효과에 견주면 결코 무리한 액수가 아니다. 또 정부 예산이 첨단 산업 육성으로 이중 활용되는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VR 시장은 테마파크 등 자체 공간 확보로 성장하고 있어 사업자 부담은 당연히 공간 마련과 시설 투자다. 그러나 3만~4만개에 이르는 노래방, PC방 등 매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전통산업과 힘을 합치면 해결의 열쇠가 있다. 정부가 시설 투자를 지원하고, 노래방·PC방 공간 일부를 VR 게임방으로 전환하면 된다. 기존 사업자는 숨통이 트이고 VR 사업자는 시장을 확보한다. 상생이다. 또 정부의 시설 구축 지원은 VR 기술 개발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장이 성장하면 기술은 따라온다는 논리 때문이다.
VR 시장 성패는 누가 먼저 VR를 현실로 만드는 가에 달려 있다. 정부의 마중물 전략이 첨단 기술을 꽃피우게 하고, VR 사업자의 뜀틀이 될 것이다. 기술 개발에 치중하고 시장을 만들지 못하면 모내기만 하고 마는 우매한 농부와 같다. 정부의 과감한 VR·AR 마중물 전략으로 실기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정부의 결단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