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가능성과 동시에 피로감을 안긴다.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시도는 수없이 이루어졌고, 지금도 곁에 있는 듯 없는 듯 그 실체는 다양한 정의로 표현된다. 왜 우리는 간단한 단어의 조합(빅+데이터)을 아직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성과에 목말라 하면서 지루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것일까.
데이터는 상상력 산물이 아니다. 데이터로 인지하지 못한 정보가 매체를 통해 생산 및 수집되기 시작하며, 산업은 빅데이터라는 추상형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결과에 맹목하는 기대감을 지우지 못하고 과정을 성과로 인정하지 않으며, 정말 중요한 콘텐츠를 결과의 부속품 정도로 치부하기만 한다.
빅데이터 산업은 좋은 재료와 알맞은 레시피를 통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 다양한 식자재가 광범위하게 생산·소비되고 있고, 레시피는 여러 경로를 통해 모든 사람이 요리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넘쳐난다. 그럼 이제 폭증한 재료 종류와 수많은 레시피를 활용, “무얼 만들지?”라는 고민의 폭이 너무나 넓어진다.
그런데 요리라는 과정은 빅데이터와 달리 피로감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창의 활동이 되고 있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물론 결과를 즐기는 접근이 다르겠지만 과정을 놓고 생각해 보자. 바로 식자재 구매가 쉽다. 아무리 복잡한 요리를 시도한다 해도 가까운 마트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매가 가능하고, 손질도 돼 있다. 다양한 종류가 잘 분류돼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도 가능하다. 맛과 건강을 생각해서 좀 더 비싼 식재료를 과감하게 택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정보도 제공한다.
빅데이터 산업에서 중요한 재료인 데이터를 취하는 과정은 어떠한가. 기상과 유동인구 데이터, 신용카드 데이터를 기상청과 기업을 통해 제공받거나 고가로 구매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통해 상권 분석을 한다. 그러나 데이터 대부분이 제대로 가공돼 있지 않고, 다른 데이터와 연관 모델을 위해서는 수많은 변환 절차를 직접 해야만 한다. 많은 수고와 노력, 비용을 투자해서 획득한 데이터임에도 내가 직접 다듬고 정리하고 변환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언급한 난제를 '데이터거래소'가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가치를 인정하고 판단해 거래가 되는 마켓플레이스가 온라인쇼핑몰처럼 존재하고, 데이터 공급자 입장에서 많은 소비자에게 꼭 필요하고 쓰기 쉬운 상품으로 평가받으려는 노력이 시장 논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성장한다면 지금껏 모호하기만 하던 데이터 분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지금까지 시도는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한 곳에 잘 모아 놓고 분류해 놓을 수 있을까에 집중돼 있고, 기술을 이용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대한 인프라 환경 구축을 위한 물리 형태 구상만 진행돼 왔다. 여기서 큰 오류가 생긴다. 데이터는 복제가 쉽기 때문에 우선 거래소 인프라에 데이터를 옮기는 방식을 주로 선택한다. 그러나 원천 데이터의 정합성과 지속성 및 새로운 포맷 변화에 능동 대응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래소로 옮겨진 데이터는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를 잃고, 관리해야 할 종류가 많아지면서 복잡성이 증가하게 돼 커다란 데이터 미로를 구성하게 된다.
데이터를 무조건 한 곳에 모아야 거래가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데이터 공급자는 양질의 데이터가 지속 생성되는 기존 환경 유지에 집중하고, 거래소는 데이터 메타 정보와 변환 방식 등을 자유롭게 정의하고 경쟁 가격 형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라 생각한다.
데이터 거래소는 아직 콘셉트 서비스 모델이 아니고 필요성 때문에 언급되는 정도다.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발전 방향에 최근 언급되기도 했다. 바로 이 시점이 데이터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데이터 거래소가 대중 차원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하면 누구도 빅데이터를 모호하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통해 일자리와 창의 서비스가 다채롭게 생길 것이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이사 an08@misoinf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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