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에서 손을 뗀다.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LG화학·삼성SDI와 같은 배터리 전문 제조사에 공급 기회가 생길지 주목된다.
7일 외신에 따르면 닛산자동차는 중국 인비전 그룹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닛산자동차는 배터리 자회사인 AESC를 매각하는 한편 미국과 영국에 위치한 배터리 제조 공장도 넘기기로 했다. 인비전 그룹은 풍력·태양열·충전설비 등 에너지 관리 전문기업으로 알려졌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닛산자동차는 규제 당국 심사를 거쳐 내년 3월까지 매각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닛산은 매각 완료 후 신설 법인 지분 25%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ESC는 2007년 닛산과 NEC가 설립한 배터리 제조사다. 닛산이 51%, 나머지를 NEC가 보유하고 있다. NEC도 이번 매각을 승인했다고 닛산은 밝혔다.
이번 매각은 작년 진행됐던 매각 작업 실패 후 다시 추진된 것이다. 닛산은 지난해 중국 GSR캐피털과 10억달러 규모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GSR캐피털이 자금력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계획이 철회됐다.
시장조사 업계에 따르면 AESC는 세계 5위 규모 전기차 배터리 업체다. 닛산 전기자동차 '리프'에 배터리를 공급한 효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닛산이 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하는 이유에 대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NEC 역시 배터리 납품처가 닛산에 한정돼 수요처 확대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관심은 닛산의 AESC 매각에 따른 구매 전략 변화에 쏠린다. 자체 생산, 즉 내재화를 포기함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를 외부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출시될 닛산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탑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닛산이 AESC 매각 후에도 주요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만큼 닛산과 AESC의 관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매각 후 일정 기간 동안 배터리 공급량은 보장이 되겠지만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배터리 공급사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LG화학이나 삼성SDI, CATL과 같은 배터리 전문 제조사에 새로운 수요처가 생기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닛산과 LG화학의 협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LG화학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한축인 르노자동차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닛산과 LG화학 간 구체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