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용 초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한다. 아직 시험생산 수준이지만 기술력을 보강해 향후 성장할 시장에 미리 대응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최근 윈난성 쿤밍에 위치한 초소형 마이크로OLED 생산라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윈난성 정부와 함께 11억5000만위안(약 2000억원)을 투자해 '쿤밍BOE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라는 별도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이 법인이 VR·AR용 고해상도 마이크로OLED를 개발하고 올해부터 생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BOE는 쿤밍에 생산라인을 투자하고 있다. 스퍼터,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CVD), 자동광학검사(AOI), 도포·현상, 원자층증착(ALD) 장비 등을 발주하고 각 부문 공급사를 확정했다. 장비 입고, 설치, 시험가동 등 일정을 감안하면 실제 시험생산이 가능한 시기는 내년 초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BOE는 0.5인치, 0.8인치 등 초소형 OLED를 생산할 계획이다. 연간 목표 생산량은 100만장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AR·VR와 초소형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구동칩 기술을 보유한 미국 코핀도 참여한다. 코핀은 스마트안경 등을 생산하며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여줬다. 마이크로OLED 기술을 보유한 중국 기업 오레이드도 참여한다.
BOE는 저해상도와 고해상도 초소형 OLED를 모두 선보일 계획이다. 제품군에는 SVGA, WVGA 뿐 아니라 0.8인치 WUXGA 해상도 패널도 포함됐다.
초소형 마이크로OLED는 스마트폰이나 OLED TV 패널보다 기술 난도가 높다. 1인치 안팎 작은 크기에 동일한 화소수를 표현해야 하므로 픽셀 크기가 훨씬 작고 조밀하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VR·AR 화면을 시청할 때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고 실제 같은 생생함과 몰입감을 경험하려면 해상도와 구동속도 등이 더 개선돼야 한다. 현재 VR용 OLED는 500ppi 수준이지만 2000ppi 수준으로 향상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픽셀 간격이 그물처럼 보이는 스크린도어 현상(SDE)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기술 난제 때문에 OLED 기술에서 앞선 삼성디스플레이도 소량만 생산하고 있다. 아직 VR 시장이 커지지 않았고 어지러움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완벽한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열린 SID에서 1200ppi 2.43인치 마이크로OLED를 시연하는 등 꾸준히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SID에서 화이트OLED(WOLED) 기술을 적용해 구글과 공동 개발한 VR 패널을 시연했다. 1443ppi와 UHD 해상도를 구현했다.
업계는 BOE가 실제로 마이크로OLED를 얼마나 시장에 공급할지 주목했다. 스마트폰용 OLED처럼 삼성디스플레이의 뒤를 BOE가 얼마나 빠르게 추격할지 눈길을 끈다. 중국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서 VR 체험방이 점차 인기를 얻고 있고 이 분야 스타트업도 많아 내수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양산 경험을 축적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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