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줄기세포를 활용해 사람의 소장과 유사한 인공 장기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구현했다. 신약 개발 및 효능 평가와 장내 미생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은 손미영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사팀이 새로운 공배양 시스템을 적용해 소장 유사체를 체외에서 성숙시키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소장 유사체는 약물반응이나 질환표현형을 재현하는데 꼭 필요하다. 모든 체내 조직으로 분화하는 '전분화능 줄기세포'로 만든다. 줄기세포는 내배엽세포, 후장 스페로이드세포 단계를 거쳐 소장 유사체로 성장하는데 태아 수준의 미성숙 단계에 그쳐 실용도가 떨어졌다.
연구팀은 유사체를 소장 주변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와 함께 키우는 '공배양' 과정으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토대로 전분화능 줄기세포에 면역세포이자 T림프구의 일종인 '저카트 T' 세포를 함께 배양해 성숙한 소장 유사체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저카트 T 세포가 면역반응과 세포반응을 활성화시키는 '인터루킨-2(IL-2)'를 분비해 세포 기능성을 향상시켰다.
이렇게 개발한 유사체는 실제 인체 소장과 같은 기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반응성, 포도당 흡수 기능, 섬유즐 질환 관련 단백질 발현 및 기능 모두 실제 장기 수준이었다. 의약품 전 임상 실험에 활용하거나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 바이옴 연구 모델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추가 연구로 유사체를 신약 개발 및 약물 흡수도 평가에 실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미영 박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성을 가진 소장 모델을 개발한 것”이라면서 “추가 연구로 신약 개발 및 약물 흡수도 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데다 정확한 인체반응을 예측할 수 있어 신약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