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보유한 드론 기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드론 경쟁력을 반영한 것이지만 정부가 국내 드론 산업 육성을 천명한 것과 배치된다. 최근 중국산 드론에 숨겨진 프로그램으로 정보 보안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무분별한 중국산 도입에 따른 기밀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군사 기밀 유출을 우려, 외산 드론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8일 한국드론산업진흥회가 집계한 '공공용 무인항공기 수요 현황'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보유한 드론 모델 78종 가운데 중국에서 개발된 드론이 44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산 드론은 전체 보유 모델 가운데 56.4%를 차지했다. 국산은 15종으로 전체 보유 기종 가운데 19.2%였다. 그 뒤를 유럽 7종(7.7%), 미국 6종(7.7%)이 이었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는 리서치 전문 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서 드론 산업 유관 공공기관 189곳 가운데 52곳, 청급 공공기관 17개 가운데 9곳, 광역지방자치단체 17곳 가운데 16곳 등 총 77곳을 표본으로 설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 조사, 집계했다. 군용 드론은 조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기체 종류별 집계가 아닌 실제 보유 대수로 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중국산 드론 가운데 공공기관이 6대 이상 보유한 기종과 2~5대 보유한 기종은 각각 13대로 조사됐다. 국산 드론은 6대 이상 보유한 기종이 7대, 2~5대 보유한 기종은 4대에 그쳤다. 공공기관 77곳이 자체 보유한 드론은 473대, 산하기관이 보유한 드론까지 포함하면 845대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을 앞세운 중국이 세계 드론 제조 시장을 장악한 현실을 반영했다. 중국 DJI는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 70%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이 무기였지만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기술·특허도 앞서 나가고 있다. 공공기관은 국산 드론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가격이 비싸서'(8건)를 가장 많이 꼽았다. '판매처·드론 정보 부족'(6건), '성능 및 기능 저하'(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정부 드론 산업 육성 정책을 공공기관마저 외면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드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드론을 신성장 산업으로 정하고 규제 프리존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산하 공공기관이 국산 드론을 외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국산 드론 산업 활성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외산을 키워 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산 드론을 통한 정보 유출 우려도 높다. 해외에서는 중국산 드론이 수집한 영상 정보가 백도어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으로 전송될 것을 우려, 구매를 꺼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외산 드론 구매를 원천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드론을 활용해 측정이나 영상 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만에 하나 외산 드론에 백도어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다면 관련 정보가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