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망 중립성 감시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감시시스템을 통해 망 중립성 준수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현재 유럽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시시스템 도입이 ISP가 망 중립성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통신규제기관 BEREC는 이달 초 오스트리아 알라딘-IT 컨소시엄과 독일 자파코를 '망 중립성 감시시스템' 개발 업체로 선정했다. 시스템 개발은 4분기 시작 예정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EU 회원국은 자율로 도입한다.
감시시스템은 이용자-ISP서버 간 트래픽을 측정해 속도·혼잡도 등 망 기본 현황과 지연·차단 등 망 관리 실태를 확인한다.
2011년 망 중립성 원칙을 제정하고 2016년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BEREC는 이번 감시시스템 개발을 통해 규제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BEREC의 이 같은 조치는 시스템을 통해 망 관리 투명성 제고와 함께 망 중립성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감시시스템 도입으로 ISP가 제공 차별화 등 망 중립성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망 중립성 감시시스템 개발이 ISP에 반드시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하고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제 권한을 내려놓으면서도 망 관리 투명성 규제만큼은 남겨둔 것과 맥락이 같다.
이는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망 관리 투명성은 국내 통신사와 시민단체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망 관리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ISP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와 5세대(5G) 이동통신 관리형서비스 제공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유럽이 5G 등 신기술과 망 중립성 원칙 상관관계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BEREC는 3월부터 한 달 동안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의견을 청취하며, 5G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에지 컴퓨팅 등 신기술이 망 중립성 규제에 미치는 영향 관련 의견도 수렴했다.
의견 수렴 결과는 내년 여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제출, 망 중립성 원칙 검토보고서 작성에 활용한다. 5G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필요하면 망 중립성 원칙 개정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