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제약사 한미약품그룹이 빅데이터 기업에 60억원을 투자했다. 제약업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 첫 투자다. 한미약품그룹은 세계 바이오·제약 시장에 이는 데이터 전쟁에 국내 제약사로는 가장 먼저 참전했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금융벤처투자사 한미벤처스는 데이터 전문 기업 에비드넷에 60억원을 투자했다. 한미벤처스는 2016년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계열사 한미IT가 100억원을 출자, 출범했다. 설립 후 최대 규모 금액을 의료 빅데이터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에비드넷은 데이터베이스(DB)와 온라인 정보 제공이 주력이다. 의료 데이터 분야를 특화했다. 의료 데이터 표준화, 분석 툴 제공, DB 구축 사업을 수행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분산형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사업에 참여한다. 국내 40여개 대형병원 정보를 공통데이터모델(CDM)로 전환해 데이터 공유, 빅데이터 분석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는 정부 분산형 바이오 헬스 빅데이터 사업이 계기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산형바이오헬스사업단 사업 과정에서 인프라 구축 전담 기업이 필요했다”면서 “한미벤처스가 관련해 100% 투자 지원에 나서 에비드넷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한미벤처스는 공동연구 생태계 '한미 오픈이노베이션'을 조성, 신약 개발 등 바이오·제약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창립 2년 만에 최대 규모 투자처로 의료 빅데이터 기업을 선정했다. '빅데이터' 역량 확보가 목적이다. 최근 빅데이터는 신약 개발 해법으로 제시된다.
현재 많은 제약사가 신약 개발 물질을 발굴해도 임상시험과 인허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간과 비용 최소화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대상자 선정, 최적 약물 효능 제시 등에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만들어 접목 대상을 확대한다.
한미약품은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과 6억달러가 넘는 기술 수출 계약 파기, 내성 표적 폐암 신약 개발 중단 등 악재가 발생했다. 성장 정체를 극복하려면 데이터 역량 확보가 필수다.
중장기적으로 에비드넷 빅데이터 역량을 한미약품그룹에 이식한다.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한미IT, 한미약품 등 그룹 계열사 임원이 대표를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절벽에 부닥친 다국적 제약사도 앞다퉈 빅데이터 역량을 확보,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약효 예측 등에 나선다”면서 “에비드넷 투자는 한미약품그룹 차원에서 신약 개발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면서 “투자 금액과 대상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