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코리아가 40% 할인 판매를 예고했던 소형차 'A3'가 실제로는 국내 판매 시기 및 방식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300만원대로 알려졌던 가격도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판매가 불투명해지면서 기존 예약 고객들도 대거 이탈하고,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26일 아우디코리아 및 업계에 따르면 이 달 부터 고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던 A3는 판매시기를 계속 연기하고 있다. 독일 아우디 본사와 판매방식, 할인율, 판매시기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코리아와 딜러사은 지난달 2018년형 A3 신차를 공식 가격(3950만원)보다 40% 할인한 2300만~2400만원 수준에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실제 올 연말까지 기본형인 '컴포트(3950만원)' 3000대, 고급형인 '프리미엄(4350만원)' 50대를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할인율을 적용하면 A3 컴포트는 2370만원, A4 프리미엄은 261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국산 준중형차 아반떼 최고트림(238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독일 프리미엄 차량을 국산차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우디 측에 구입 문의가 쇄도했다. 실제 아우디 전시장은 한동안 전화 통화가 불가능했고,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예약하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각 딜러사마다 예약 고객을 공유하지 않고 있어서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수천명이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아우디코리아는 배정 물량을 첫 번째로 직원에게 팔고, 두 번째로 딜러사에 판매해 해당 물량을 리스로 고객에게 인도하기로 했다. 이들은 실제 고객 예약 문의가 오면 자사 파이낸셜 서비스 상품을 이용해 리스 방식으로 차량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리스는 초기 부담금이 낮지만, 일반적인 할부보다 이자율이 훨씬 높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할인율은 20% 안팎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 달 가량 일반 고객 판매가 지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 게다가 당초 40%로 알려졌던 할인율이 실제로는 더 낮게 적용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약 취소 행렬은 많아지고 있다. 현재 아우디코리아 임직원 및 가족·지인 판매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고, 렌터카 배정 물량도 인도가 연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우디코리아가 홍보효과를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고객을 기만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독일 본사와 판매방식과 시기를 포함한 전체 계획을 조율하고 있고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예약 고객에 죄송한 말씀을 전하고, 조속한 판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우디가 할인 판매를 결정한 것은 수도권 법에 의한 저공해차 의무판매제 때문이다. 연간 4500대 이상 판매하는 제조사는 친환경차를 연간 판매량 9.5% 이상 의무 판매해야 한다. 법규를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 500만원이 부과된다. 아우디코리아는 과거 배출가스 조작으로 위기를 겪은 전례가 있는 만큼 과징금 액수와 무관하게 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