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수익성 악화 이중고…생보사 차세대 시스템 구축 '잠정 보류'

IFRS17·수익성 악화 이중고…생보사 차세대 시스템 구축 '잠정 보류'

국내 생명보험사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응과 수익성 악화로 아직 업체 선정과 규모 등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던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KB생명은 아직 계획을 확정 짓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차세대 시스템 도입은 검토 중”이라며 “다만 산적한 과제가 많아 차세대 시스템 도입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통상 금융권은 10년 주기로 IT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교체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주요 신기술 들이 나오면서 시스템에 연동하기 위해 업체들이 차세대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교보생명은 지난 2016년 2000억원대 규모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산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것이다. 시스템 개발과 운영은 LG CNS가 맡았으며, 올해 11월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고도화한 기술이 잇달아 나오면서 기존 시스템으로는 운영의 한계가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에 대응을 위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KB생명도 기존 시스템을 구축한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 구축 관련 세부사항 등을 결정하지 못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00년 유닉스 기반 개방형 전산으로 전환하고, 이후 NK21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후 4~5년간 차세대 시스템 구축 논의를 진행 중이다.

흥국생명은 2005년 200억원을 들여 사용자 중심 설계를 통해 웹 방식 그래픽 화면을 구현하는 개방형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 KB생명은 2006년 웹기반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한 바 있다. 흥국생명과 KB생명 모두 1년 넘게 차세대 시스템 도입 검토만 하고 있다.

업계는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예상되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IFRS17 도입으로 자본확충과 시스템 구축 등의 시급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차세대 시스템이 늦어지는 이유다.

실제 미래 현금흐름을 연산하는 시스템과 이를 활용하는 회계 시스템인 IFRS17 시스템은 금융당국이 2019년 말까지로 개발 시기를 못 박았다. 구축이 완료돼도 각 보험사는 2021년까지 지속해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부채평가 방식이 변하면서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고, IFRS17 시스템의 경우 구축시기가 정해지고 지속적인 고도화 작업이 필요해 이쪽에 역량일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성 보험 감소 등으로 인한 영업손실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올해 상반기 생보사 보험영업손실은 11조35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462억원)보다 손실이 13.1%(1조3123억원) 늘었다.

따라서 업계는 당장 대규모 시스템 구축보다 부분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분 업그레이드 작업은 당장 큰 비용이 들지 않고도 시스템 고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은 금융사에 있어 큰 과제지만,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시스템을 부분 업그레이드하면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