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서비스 제공업체 A는 초고화질(UHD) 서비스 추진 계획을 중도에 포기했다. 고화질(HD) 영상보다 트래픽 4배 증가로 최대 4배 급증하는 망 이용 대가 지출이 부담됐다.
반면에 유튜브 등 망 이용 대가 부담이 적은 글로벌 업체는 UHD 영상을 계속 늘리고 있다.
국내 업체와 글로벌 업체 간 망 이용 대가 '역차별'이 동영상 플랫폼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주요인으로 떠올랐다. 장기로는 글로벌 플랫폼 종속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화질을 풀HD급으로 업그레이드한 동영상 플랫폼 업체 B는 연간 망 이용 대가가 갑절 증가했다. 트래픽 증가가 망 이용 대가에 반영된 결과다. B사 고위 관계자는 “동영상 제공업체에 화질은 생명”이라면서 “망 이용 대가 부담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C는 이미지 중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동영상을 도입하려다 철회했다.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이용 대가 지출 부담 때문이다. 동영상 제공업체가 아니더라도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망 이용 대가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방증한다.
급증하는 망 이용 대가를 유료 서비스 요금에 반영, 보완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일부 업체가 화질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고 있지만 요금이 상승하면 이용자 저항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망 이용 대가 부담이 적은 글로벌 업체와 달리 국내 업계는 화질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고 있다.
반면에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는 국내 업체 사정과 다르다. 망 이용 대가를 아예 지불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네이버TV를 제외하면 UHD 영상을 찾기 어렵지만 유튜브에는 UHD 영상이 넘친다. 자금력이 풍부한 네이버TV와 카카오TV도 HD와 풀HD 영상을 혼합해서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조차 비용 부담으로 풀HD 서비스를 주저한다는 의미다.
망 이용 대가 협상을 앞둔 페이스북, 넷플릭스가 유튜브처럼 사실상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하면 국내 업체와 화질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역차별 구조에서 경쟁력을 배가한 글로벌 업체는 동영상 시장 수익을 장악하고 있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영상 광고 시장 점유율(금액기준)은 유튜브 40.7%, 페이스북 32.4%로 글로벌 CP가 73%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5%보다 늘었다.
동영상 화질 차이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증거다.
전문가는 이 같은 모순된 구조가 궁극으로 국내 업계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4K,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동영상 시장에서도 글로벌 업체 극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법은 글로벌 CP가 국내 업체와 마찬가지로 합당한 망 이용 대가를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업체와 전문가들은 “망 이용 대가 역차별을 해소하든 국내 업체 망 이용 대가를 경감하든 특단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정부와 국회는 물론 이해관계자 모두 모순된 구조 타파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018 상반기 인터넷 동영상 광고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
메조미디어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