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9개월째 1.50%에 멈췄다.
한국은행은 31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를 1.50%로 동결시켰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동결 결정을 내린 후 이번이 여섯번째 결정이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늘 금통위는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글로벌 무역분쟁 및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신흥국 금융 불안 등 향후 성장 경로 상 불확실성이 높은 점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금리동결 배경으로 국내 실물경기 부진, 신흥국 금융 불안, 예년보다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들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0.7%에 그쳤으며, 7월 사상 최악의 고용난이 발생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5000명에 그쳤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 수는 12만7000명이 감소하며 사상 최악의 고용지표를 나타냈다. 이주열 총재도 연간 취업자 수가 7월 전망치인 18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상승률도 당초 목표치(전년 동기 대비 2%)에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석유 가격 상승세에도 서비스요금과 농산물가격 상승세 둔화로 오름세가 1%대 중반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전기요금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등의 하락효과가 적지는 않았다”며 “복지 강화 정책 등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상승세가 예년보다 높은 점도 지적했다. 2분기 가계부채는 150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부채는 2013년 1000조원을 넘어섰으며, 2015년 3분기 이후 매분기 100조원가량 늘어났다. 특히 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중 변동금리 비중은 68.8%(5월 기준)에 달했다.
대외적인 경제 상황도 발목을 잡았다.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인한 금융 불안이 신흥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서 환율 급등, 자본유출 등의 움직임이 다시 나타났다.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 여파가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미·중 무역분쟁 등 하방 리스크 요인과 정부 확장적 재정 정책 등 상방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는 만 향후 추이와 전망을 지켜보겠다”며 “글로벌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전개 양상, 미 연준 금리 인상이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이일형 위원이 '0.25%포인트(P) 인상해야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동결로 한·미 금리 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은 9월 연방공개회의(FOMC)에서 금리를 올린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0.75%(P)까지 벌어진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