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을 900만원으로 책정한 가운데, 전국 지자체 추가 지원금도 덩달아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에 따라 개별 보조금을 내리는 대신 전체 물량을 1만대 이상 늘렸다. 정부(환경부·지자체) 보조금이 올해 1700만~1800만원선에서 내년에는 1300만~14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전기차 제작사가 정부 정책에 맞춰 차 가격을 내릴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 전체 전기차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제주·서울·대구가 내년도 전기차 추가 지원금을 내린다. 대신 물량은 올해보다 크게 늘린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내년도 전기차 추가 지원금을 올해 500만원보다 줄이거나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전기차 보급량이 가장 많은 제주도는 2년에 한번씩 지원금을 내린 만큼 내년에는 올해(600만원)보다 지원금을 인하시킬 방침이다. 대구는 올해와 같은 600만원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가 내년에 계획한 보급 물량은 1만대, 서울과 대구는 최소 7000대 이상 수준이다. 이들 물량만 전체 3만3000대 중에 절반이 넘는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전기차 보급 예산을 올해 3523억원에서 1000억원 가까이 늘린 4573억원으로 확정했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물량도 올해 2만대에서 3만3000대로 늘려 잡았다. 다만 내년 보조금(900만원)이 차량 효율에 따른 차등제를 적용한 최대 금액인지, 모든 차종에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보급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기재부는 이를 놓고 협의할 예정이다.
보조금 차등제가 적용되더라도 올해와 비교해 가격 부담이 400~500만원 늘어난다. 4000만원 중후반이던 신형 전기차를 올해 3000만원 초반에서 구매할수 있었지만, 내년엔 중후반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부터 개인 전용 충전기(비공용)에 한해 보조금 지원을 없애거나 크게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소비자 부담은 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인하정책이 민간 시장 확대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각에선 인하폭이 커서 소비자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매년 조금씩 차량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보조금이 줄어든다고 해서 인하폭 만큼 (차 가격을) 내리는 건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예상보다 감축액이 커서 소비자 부담은 늘 수 있지만, 정부가 이제는 시장 확대를 위해 금전적 혜택보다는 친환경 규제·정책에 더욱 신경 쓸 때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