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평생 건강 정보는 약 1100테라바이트(TB)이다. 책으로 하면 3억권이 넘는다. 스마트폰 측정 심박 수, 활동량부터 병원 진료기록 등 끊임 없이 의료 데이터가 생성된다.
미래 엄청난 양의 바이오 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 바이오 빅데이터 속에는 개인 건강 정보뿐 아니라 소비패턴·보험 등 금융정보와 생활습관 정보 등이 들어있다. 헬스케어 영역뿐 아니라 금융·통신·제조·정보통신(IT) 등 산업 전 영역에 활용 가능하다.
바이오 빅데이터를 노리는 기업이 하나둘 모여 그들 리그를 만든다. 기업·병원 등 데이터 기반으로 의료·관광·미용·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솔루션 영역이 결합해 생태계를 구축했다. 의약품·기기 경쟁에서 '플랫폼 경쟁'으로 산업 구조가 급변한다.
◇ICT기업 주도 바이오 플랫폼 구축
IBM 왓슨은 폭 넓은 협업으로 바이오 빅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한다. 미국 존슨앤존슨과 협업해 임상지원시스템을 개발한데 이어 뉴욕게놈센터와 '암 환자 맞춤형 게놈 연구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애플이 보유한 사용자 건강정보와 왓슨을 결합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구글은 딥마인드 헬스 중심으로 유전자 정보를 수집한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질병 예방법을 제공한다.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을 개발해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데이터 수집을 확대한다. 통합된 정보는 협력사에 공유해 상품화한다.
MS는 클라우드 솔루션 애저와 AI 솔루션을 공급해 헬스케어 저변을 넓힌다. 세인트 쥬드 아동병원과 'MS 게놈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어 글로벌 전염병 예방 사업인 '프리모니션 프로젝트'에도 인프라를 제공한다.
◇유전체 정보 확보전도 고조
진료와 생활습관 정보를 넘어 유전체 정보 확보 경쟁도 뜨겁다. 질병 원인과 예방은 물론 맞춤형 치료법 제시에 유전체 정보가 필수다. 방대한 양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 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도 주목 받는다.
대표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는 영국 보건성(NHS)이 주도하는 '10만 게놈 프로젝트'다. 10만명 유전체를 해독해 특정 질병 유전적 연관성을 규명하는 게 목표다. 영국 정부는 지노믹스 잉글랜드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각종 특허를 획득하고, 민간 기업과 협업할 허브 역할을 맡겼다. 일루미나를 중심으로 한 GSA(Global Screening Array) 컨소시엄 역시 1000만명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 치료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23andMe' 등 12개 글로벌 유전체분석업체가 모여 유전체 빅데이터 은행을 만든다.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산업 성장 '씨앗'
글로벌 ICT기업 주도로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이 조성되면서 참여자도 늘었다. 빅데이터를 신약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등에 접목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BenchSc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세계 신약개발 지원 AI 솔루션 기업은 모두 85개로 대폭 늘었다. 정보 통합과 합성 질병기전 이해 데이터 생성 후보물질 검증 임상시험 디자인 등 영역도 10여개로 다양하다. 보수적이던 의약품 개발 영역까지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이 확산된다.
바이오 플랫폼 장점과 가능성은 '확장성'에 있다. 의약품 개발에 치중했던 바이오산업은 신약개발 절벽에 부딪치면서 새로운 방법을 요구한다. 빅데이터를 매개로 한 플랫폼은 기존 의약품 개발은 물론 건강관리, 식품, 미용, 보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가능하다. 금융, 제조, 통신 등 타 산업과 융합도 시도된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에 플랫폼 비즈니스는 산업 전반 성장은 물론 타 산업과 연계한 바이오 경제 구현을 앞당길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데이터 기반 바이오 플랫폼 비즈니스는 신약, 의료기기 등 분절된 영역을 연결하고 타 산업과 융·복합할 확장성을 제공한다”면서 “제조업 등 기존 산업 성장에 한계를 보인 상황에서 바이오산업도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해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