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이 들어간 전기차 공용 급속충전기 일부가 사유화된 채 방치되고 있다. 충전소 위치 안내 사이트를 보고 해당 장소를 찾았지만 시설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황당한 일도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해당 정부기관이 충전기 보급 예산만 집행한 후 현장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졌다. 설치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용 실태 점검 등 사후 관리가 시급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충전기(급속 50㎾급)당 약 2000만원을 지원받고 구축한 민간 공용 충전 시설 다수가 개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울산의 한 민간 사업장(제조시설)에 설치된 충전소는 지난 5월 대구로 사업장을 옮기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충전 시설은 공용으로 등록돼 있지만 사업장 안에 설치돼 있어 외부인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남의 한 자동차 생산 공장에 설치된 충전기 역시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신문이 환경공단 사이트에 등재된 서울시내 충전소를 방문한 결과 공용 급속충전기가 강북의 한 주유소 건물 안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건물 출입문은 닫혀 있었다. 관리자도 없는 등 충전시설 이용이 불가능했다.
에너지공단이 자금 지원 조건으로 내건 내용과 맞지 않는 대목이다. 에너지공단 급속충전기 지원 사업 공고에 따르면 전기차 급속충전기 구축비용은 주유소, 편의점, 프랜차이즈, 식당·커피숍 등 설치 부지를 확보한 민간충전사업자에게 지원된다. 개방 운영이 필수로, 부지를 제공한 사업자는 충전 등 별도 과금을 할 수 있다.
공용충전기 사유화와 관련해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충전기 지원 사업은 공용 운영을 조건으로 충전기 대당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현장 위주의 사후 관리가 부족했지만 최근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서 8월부터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공단은 2017년 5월부터 급속충전기에 한해 공용으로 운영할 시 대당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해 왔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급속충전기가 전국에 약 230기 구축됐다. 이들 시설물은 환경부 환경공단과 각종 민간 충전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 안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고 공용 충전 시설을 일부만 전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충전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이용자 민원 가운데 가장 큰 불만이 안내 사이트 정보와 실제 현장 정보가 달라 충전을 하지 못할 때”라면서 “정부가 예산만 지원하고 사용 실태를 점검하지 않으면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