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원 제품에서 한국산을 또 배제했다. 지난 5월 형식승인을 받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전기차도 보조금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빚어진 무역보복 여진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셈이다.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지난 주말 순수전기차 269개 모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9개 모델, 수소연료전지차 10개 모델 등 총 108개 기업이 생산한 288개 차량을 '2018년 9차 친환경차 보조금 목록'에 포함했다. 하지만 한국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조금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북경벤츠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은 6~8월에 이어 9월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5월 먀오웨이 공신부장관 방한 당시 형식승인을 통과했다고 공식 확인한 차량이다. 다만 북경벤츠가 보조금 신청을 했으나 중국 정부에서 이를 반려한 것인지, 애초에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셀을 탑재한 전기차는 보조금 목록이나 형식승인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역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다양한 전기차 육성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 배터리 업계는 지난 2년간 아무런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육성과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해석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현지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난징에 약 2조원을 투입해 제2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2023년에는 연간 32GWh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LG화학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약 18GWh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장쑤성 창저우시에 전기차 연산 25만대 분량을 생산할 수 있는 7.5GWh 규모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국내 업계가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중국이 포기할 수 없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데다가 2020년 보조금 제도가 완전 폐지되면 현지 업체와 공정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제도 폐지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150㎞ 이하인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300㎞ 이상인 차종은 보조금을 인상하는 등 지급 규정을 강화한 것도 기술력이 높은 국내 업체엔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 업계 3위 옵티멈나노에너지가 지난달 자금 유동성 위기로 6개월 간 휴업을 발표하고, 인롱뉴에너지도 지난달 대금지급 연체 등으로 생산설비가 압류되는 등 현지 배터리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두 업체 모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던 업체로 최근 삼원계 배터리로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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