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양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신모델이 등장하면서 시장 규모도 2배 이상 커졌다. 특히 보조금 지급 대상조차 아닌 수입 PHEV가 성장을 주도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PHEV 성장을 위해 전기차 대비 낮은 보조금(500만원)을 늘리기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신차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PHEV는 119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5.3% 증가했다. 전기차(약 140%)를 제치고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 국내 PHEV 시장 성장은 유례없는 신차 행렬이 이어진 덕분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이 PHEV 14개 차종 중 6개 차종이 신모델이다. 상반기에는 '메르세데스-벤츠 GLC 350e 4매틱' '볼보 XC60 T8' 'BMW X5 xDrive 40e'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PHEV가 시장에 등장했다. 하반기에는 'BMW 330e i퍼포먼스'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등 세단형 PHEV가 대거 등장했다. 올 연말까지 2~3종의 PHEV 신모델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PHEV 시장은 2015년 쏘나타 PHEV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하지만 한정된 차종, 낮은 보조금 등을 이유로 성장이 더딘 시장으로 평가됐다. 국내 PHEV 보조금은 500만원이다. 세제혜택 140만원과 공채매입료 면제 등 총 혜택은 700만~800만원 수준이다. 일반 하이브리드(HEV) 보조금(50만원)에 비해 높지만, 순수전기차(EV) 보조금(1200만원+지자체 지원금)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매년 수요가 EV와 HEV로 갈리면서 PHEV 시장은 제자리걸음만 했다.
업계는 국산차 중심으로 설정된 국내 PHEV 보조금 지급 기준이 시장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PHEV 보조금은 △2000cc 이하 엔진 장착 △전기모드 주행거리 30㎞ 이상 △탄소 배출량 50g/㎞ 등 모든 기준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는 차종은 수입 PHEV는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하나 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PHEV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차량은 보조금 없이 판매되는 벤츠 GLC 350e 4매틱이다. GLC 350e 4매틱은 출시 4개월 만에 282대가 팔리며 국내 PHEV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보조금을 모두 지원 받는 프리우스 프라임은 지난해와 동일한 46대가 판매됐다. 국산 PHEV 시장 역시 니로 PHEV(252대) 판매 호조 속에서도 35.5% 성장에 그쳤다.
업계는 결국 가격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GLC 350e 4매틱은 동급 디젤 SUV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디젤에서 이탈하는 소비층을 직접 겨냥해서 판매되고 있다. BMW X5 xDrive 40e, 330e 등도 비슷한 가격대의 동급 내연기관 일부 모델과 판매량 차이가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 없이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수입차는 당장 이익을 내기보다 환경규제 충족, 잠재 고객 확보, 다양한 라인업 확충 등의 이유로 내연기관과 비슷한 가격의 PHEV를 출시해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