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공정보화 대기업 참여제한 5년, 웃는 곳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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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보화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소프트웨어(SW)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정부는 법 개정 당시 대기업 위주 시장 질서를 탈피하고 전문·중소 SW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빠진 공공정보화 시장은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대기업은 공공정보화 시장을 잃었지만 매출은 여전히 성장세다. 오히려 신규 사업 강화와 매출 다각화로 5%대 이상 영업이익률을 유지한다. 대기업 시장을 대신한 중견 IT서비스 기업은 공공사업 확보로 매출은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적자나 1%대를 겨우 기록한다. 대기업이 빠진 덕분에 매출이 늘어난 전문·중소 SW업체는 거의 없다.

◇대기업 참여제한, 대기업은 웃는다

전자신문이 주요 대형·중견 IT서비스 기업의 6년간 실적을 비교한 결과 법 시행 기대효과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공공사업 철수로 타격이 클 것이라 우려했던 대형 IT서비스업계는 예상과 달리 매출과 영업이익률 상승세를 기록했다. 삼성SDS는 법 시행 이전 매출 6조원대에서 지난해 9조2000억원대로 5년새 매출이 3조원 증가했다. 올 2분기에만 매출 2조4700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역대 분기실적 최고치를 올렸다. LG CNS 매출은 3조원대에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영업이익률이 큰 폭 상승했다. 법 시행 전 2012년 영업이익률은 4.3%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7.1%까지 올랐다. SK주식회사 C&C는 SK주식회사 합병 후 IT서비스 연결기준 매출을 별도 공시하지 않지만 지난해 매출 1조6200억원대와 영업이익률 13%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은 매출과 수익성이 증대했지만 공공 시장 레퍼런스 확보 기회가 줄었다는 점을 여전히 불만으로 제기한다. 대형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신기술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양한 신산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줘야 한다”면서 “신산업 분야 공공 레퍼런스가 있어야 해외 시장 공략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빠진 공공정보화 시장을 차지한 중견 IT서비스 업계는 전반적으로 매출이 상승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법 시행 전 매출 2000억원대에서 지난해 3560억원대로 1500억원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아이티센도 1300억원대에서 지난해 3100억원대로 1800억원가량 매출이 올랐다. 대보정보통신, 쌍용정보통신, LIG시스템 등도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중견IT서비스 업계는 수익성에서 악화되거나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쌍용정보통신은 법 시행 이전 영업이익률이 2%에 달했지만 법 시행 후 4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아이티센도 법 시행 후 영업이익률이 소폭 줄어들다가 2015년, 201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 흑자(영업이익률 1.1%)로 돌아섰다.

법 시행 주 이유였던 전문·중소 SW업체 육성도 뚜렷한 성과를 못 올렸다. 한글과컴퓨터, 티맥스소프트 등 주요 패키지 SW업체가 지난해 처음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공공분야가 아닌 사업다각화와 해외매출 증대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패키지SW 업체 첫 매출 2000억원대를 기록한 더존비즈온도 대기업과 중견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하면서 매출 확대를 이끌어냈다.

SW업계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중소 SW 업체 사업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 했지만 결국 대기업 빠진 자리에 들어선 중견 IT서비스업체 협력업체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공SW 악순화 구조 이미지. 출처: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공공SW 악순화 구조 이미지. 출처: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공공정보화 건전한 생태계 확보가 우선

업계는 법이 현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유로 불합리한 공공정보화 생태계를 꼽는다. 정부는 2012년 말 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발표하면서 △공공SW사업 요구사항(RFP) 명확화 △국가 발주 SW사업 정보 수집·분석 'SW사업저장소' 마련 △SW사업 관련 법령 준수 모니터링 강화 등을 발표했다.

관련 제도는 5년 동안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대가없는 과업변경은 계속 이뤄졌고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사업 기간 연장과 원격지 개발 금지로 사업 수주 비용보다 과다 비용이 지출됐다. 다급해진 업계는 출혈경쟁을 시작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저가 수주로 수익성 악화는 계속됐다. 중견 IT서비스업체 임원은 “몇 년 전부터 공공사업을 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견 IT서비스업계에서 계속 나온다”면서 “의무감으로 공공사업을 이어가기엔 수익성 악화 문제가 심각하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 개정 요구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정부는 최근 SW산업진흥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대기업 참여제한은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다만 대규모 공공정보화 사업 등에 대기업 등 민간 자본 참여 확대를 추진한다. 기존 신산업 분야 대기업 참여 허용정책도 유지한다. 다만 공공정보화 생태계 개선을 위해 △원격지 개발 허용 △RFP 전문성 강화·명확화 등을 법안에 담았다.

SW업계 관계자는 “공공정보화 생태계 변화 없이는 대기업 참여제한 등 각종 정책이 실현되기 어렵다”면서 “중견 IT서비스기업과 중소SW업체가 수익성을 확보하고 공공사업 발판으로 해외까지 진출하도록 조속히 법안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