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가 추진하는 100억원 미만 공공 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 적용 방침에 건설·정보통신공사·전기공사·소방공사 등 관련 업계가 반발했다.
대형 공사에만 적용했던 표준시장단가를 중소 공사에 적용하면 업체 수익 악화는 물론이고 산업 근간이 흔들린다는 주장이다. 정보통신공사 업계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는 공정과 단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실효성에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한국전기공사협회·한국소방시설협회 등 건설 관련 22개 단체는 10일 '경기도의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표준시장단가 적용 추진 반대' 탄원서를 발표했다.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경기도는 대형 공사에 적용되는 표준시장단가를 (100억원 미만) 중소규모 공사에 적용하겠다고 해 지역 중소·영세 업체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며 “표준 시장단가 적용 확대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공공 공사에만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도가 100억원 미만 중소 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과거 수행 공사를 기준으로 최종단가를 산정하는 표준시장단가가 표준 품셈 방식보다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는 이유다. 경기도는 행정안전부에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 기준' 개정을 요청하고 경기도의회를 통해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개정도 추진 중이다.
공사업계는 반박했다. 표준 시장단가는 과거 공사 정보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공사비 지속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핵심이다. 표준시장단가가 표준 품셈 대비 80% 수준에서 공사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낮은 공사비로 인해 중소공사업체 수익·경영 악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공사 품질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건설 관계자는 “표준시장단가는 100억원 이상 대형 공사를 전제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사업에서만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100억원 미만 공사에 표준시장단가 적용 시 적자로 인해 지역 중소·영세공사업체 폐업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도 조례 개정 등은 행안부 예규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공사는 표준시장단가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2004년 건설업, 2007년 전기공사에서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도입(100억원 이상)한 것과 달리, 정보통신공사는 올해부터 표준시장단가를 도입했다. 표준시장단가 산정 핵심인 적용 공정과 단가를 전체 대비 10% 밖에 확정하지 못했다. 100억원 이상 공사에서도 정보통신공사업계가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한 사례는 아직 없다. 정보통신공사 관계자는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도 공공 공사만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면서 “무리한 표준시장단가 적용은 업계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업계는 경기도가 표준시장단가 적용 강행 시 집단 행동도 불사할 방침이다. 16일 22개 건설 관련 단체는 경기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도를 시작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까지 100억원 미만 표준시장 단가 적용이 확대될 시 건설 등 공사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업계 추산 2만8000여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 비교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