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39. 스웨덴 말뫼, 조선업의 눈물을 스타트업 희망으로 승화하다

39. 스웨덴 말뫼, 조선업의 눈물을 스타트업의 희망으로 승화하다.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39. 스웨덴 말뫼, 조선업의 눈물을 스타트업 희망으로 승화하다

지난 10월 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강연과 스타트업 네트워킹을 마치고 스웨덴 말뫼로 향했다. 말뫼는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단 30분 거리에 있다. 중간에 입국 심사도 없고, 심지어 여권 검사도 없다. 더 놀란 것은 출퇴근 시간에 가득 찬 기차였다. 실제 많은 덴마크와 스웨덴 사람이 물가가 좀 낮은 말뫼에서 코펜하겐으로 출퇴근하고 있었다. 그 물결에는 출퇴근이 아닌 말뫼의 정보기술(IT) 스타트업 기업이 코펜하겐에 영업하러 오는 사람도 다수 포함돼 있다.

말뫼는 역사 깊은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지만 IT 스타트업 단지, 식품산업단지, 바이오산업단지로 더 유명한 곳이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당연히 이들 단지를 샅샅이 둘러보았다. 처음 눈에 띈 것이 IBM 로고였고, 많은 IT 기업 로고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해변의 빨간 건물 안에는 수많은 스타트업 오피스가 자리 잡고 다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지 모양이 참 이상하게 생겼다. 마치 바다 위에 큰 공장을 개조한 느낌이었다. 현재 말뫼와 코펜하겐 중심으로 형성된 식품산업단지 '외레순 클러스터', 세계 수준 바이오·제약산업 클러스터 '메디콘 밸리'가 현재 이곳 핵심 산업이다. 코쿰스 조선소 본사가 있던 빨간 벽돌 건물은 500여개의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로 변신했다. 조선소 터에는 말뫼대와 세계해사대가 들어섰다.

그곳 역사가 몹시 궁금해서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고, 말뫼가 북유럽의 1900년대 중·후반대 조선업을 대표하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198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걷다가 1986년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실업률이 22%까지 치솟았고, 이후 1990년대 초반에 조선소에서 해고당한 실업자가 모두 2만8000여명이었다. 말뫼 거리는 실업자로 넘쳐났고, 희망이 없는 도시가 됐다. 25년 만에 희망이 없는 도시가 3개 산업단지 메카로 떠오르며 활기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사실 민간의 노력보다 스웨덴 정부 계획과 실행력의 성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말뫼 시는 중앙정부로부터 2억5000만크로나(약 312억원)를 지원받아 2002년 조선소 터를 매입해서 청정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뉴타운을 개발했다. 2005년에는 조선업 크레인이 있던 장소에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높은 54층 '터닝 토르소'를 건축,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2000년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과 바다를 건너 연결된 길이 7.8㎞ 외레순 대교가 개통, 이 덕분에 말뫼는 코펜하겐과 광역 지하철 생활권이 됐다. 다리가 놓이자 물가가 다소 싼 말뫼에 거주하면서 코펜하겐으로 출퇴근하려는 덴마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조선소가 문을 닫고 23만명까지 준 말뫼 인구는 현재 30만명 이상으로 다시 늘어났다.

2002년 9월 25일에는 수십 년 동안 말뫼 랜드마크로 있던 138m 높이의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이 단돈 1달러 가격으로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세계 언론에서 '말뫼의 눈물'로 불린 이 크레인은 이후 울산에서 붉은색 페인트칠로 다시 태어나 한국 조선업을 세계 1위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15년 전 울산으로 실려온 이 크레인이 지금은 가동을 멈췄다. 조선업황이 회복하지 않는 한 이 크레인은 중국으로 실려 갈지도 모른다. 울산만이 아니라 통영, 거제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 3개 도시 모두 말뫼를 벤치마킹하며 현재 한국이 필요로 하는 사업의 스타트업 육성 메카로 다시 떠오르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