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부터 각종 세미나나 신문, 잡지 등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넘쳐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초연결·초지능을 통해 기존 산업혁명보다 더 많은 범위, 더 빠른 속도,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속에서 금융 산업 역시 변화는 불가피하다. 전문가들도 다음과 같은 변화가 금융 산업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첫 번째 금융회사의 백화점식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의 형태가 서비스별로 분화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즉 각각 금융서비스에 특화된 많은 서비스 제공 기관이 생겨난다는 의미로 직결된다.
이는 고객에게 특화된 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다면 규모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 해외송금이나 간편결제, 개인간(P2P)금융, 대출 분야 등에서 이런 방식이 현실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많은 핀테크 기업이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두 번째는 사회 환경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금융서비스가 온라인 채널로 이동하게 되고, 기존 온라인 강자들은 쉽게 금융업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막대한 데이터는 곧 힘이 된다.
이들은 거대한 고객군과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서 운영하고 있는 막강한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기존 금융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강자가 될 것이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바이두, 미국의 구글이나 아마존 등이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변화는 금융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게 되며, 수년 전 빌 게이츠가 예언한 “향후 뱅킹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뱅크는 없어진다”의 현실화다.
마지막으로 금융회사의 조직도 디지털 기반으로 진화할 것이다. 역사가 150년 된 미국 골드만삭스는 수년 전 “우리는 정보기술(IT) 회사”라고 선언했다. 또 600여명의 주식 매매 트레이더를 2명만 남기고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로 교체했다. 현재는 약 3만5000명 전체 임직원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정보통신기술(ICT) 엔지니어이고, 이 비율도 점차 높여 가고 있다. 그 결과 운영비용이 약 20% 감소했다.
이처럼 IT 기업들이 금융에 진출하고, 금융사는 IT 기업으로 변신하는 등 산업 영역이 허물어지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국내 대형 금융그룹도 지주회사 중심으로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하고 통합 디지털 전략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카드사, 보험사 역시 AI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만들고, 핀테크 업체나 IT 업체도 금융사와 협업 및 제휴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타 금융권과 달리 내일을 위한 준비가 다소 미흡하다. 영업 구역 제한도 있고, 포지티브 규제로 서비스 분야도 제한된다. 특히 ICT 시스템은 일부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중앙회가 제공하는 표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ICT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특화된 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자리매김해야 하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은 자기만의 특징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획일화된 시스템, 부족한 인력 자원이란 현실적인 걸림돌 외에 제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는 아날로그 시대의 가치관을 디지털 시대에 강요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내년에 5G 시대가 오면 이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살아남고 서민 금융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별저축은행의 노력과 함께 관계 당국과 중앙회의 제도 지원도 필요하다. 서민 금융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새로운 시대,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 위해선 저축은행도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저축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
길이홍 웰컴저축은행 부사장 kileh@welcomebank.co.kr
-
박윤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