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ICO 관심커진 정치권, 정부 태도 변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 활성화를 두고 정치권에서 초당적 움직임이 관측된다. 제대로 된 법·제도 하나 없이 업계와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국회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무위원회(정무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등 여야 중진의원도 한 목소리로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블록체인 산업 육성 등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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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국회 정무위와 과방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등 주요 상임위는 블록체인을 주요 쟁점으로 잡고 사전에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의원실 차원에서 개최하는 블록체인 관련 세미나에서도 여야 의원이 참석, 정부 규제 개선을 촉구에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에서 암호화폐공개(ICO)는 법적 근거 없이 정부 금지 방침만 내려진 상태다. 지난해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몰아치면서 정부가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선언했으나 관련 법·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국내 암호화폐 산업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무법'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 제외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행성·유흥 업종과 동일 선상에 놓음으로 인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 시각과 사회적 이미지 악화가 산업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부정적인 입장을 그대로 내비치는 정부와 달리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블록체인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민병두 정무위원회 위원장과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블록체인 분야 3개 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는 여당 의원뿐 아니라 야당 위원도 참석해 규제 해소와 산업 육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정무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당시 “블록체인은 이념이나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슈”라며 “글로벌 수준에 한국이 한걸음 뒤져있는 만큼 4차산업 혁명 기술에 여야가 한 마음으로 같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병두 위원장도 정부가 ICO 정책 금지에서 허용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11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혹은 특위 형태로 ICO 법안 공청회 개최를 예고했다. 정부와 협회, 유관기관이 함께 모여 문제 해결을 논의할 워킹그룹 구성도 제안했다.

거래소와 ICO 합법화 내용을 담은 법안도 속속 발의되는 추세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ICO를 합법화를 다룬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 했다. 거래소를 합법화하고 금융위 소관 '발행심사위원회'를 설립, 신규 코인이나 토큰 발행 승인을 유도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많은 박수를 받고 있지만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잘못 규제하면 나중에 대한민국 미래를 막은 정부로 혹평 받을 수 있다”면서 “이 부분은 초당적으로 협력해 가급적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11월 중 ICO 관련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정무위 국감에서 “국내에서 ICO가 금지돼 있지만 편법으로 대행하는 업체도 있어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에 맞춰 입장 정리하겠다”면서도 “ICO가 가지고 오는 불확실성은 여전한데 비해 피해는 심각하고 명백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