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아닌 제로페이...정부, 충전금액 트래킹 방안 마련한다

정부의 '제로페이'(가칭)가 충전 수수료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연매출 5억원 이하 소상공인의 수수료 완전 면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시중은행은 소비자가 충전한 금액이 제로페이 외 개인 송금 등에도 사용될 수 있어 충전 수수료 완전 면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충전금액이 제로페이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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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중소벤처기업부 '제로페이 플랫폼 구축 및 운영 방안' 문건에 따르면 중기부는 충전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제로페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매출 5억원 이하 사업자는 수수료를 완전 면제하고, 이보다 매출이 많은 소상공인은 1% 이내 수수료율을 부과한다는 목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 계좌에서 카카오페이 등 결제사업자 계좌로 돈을 이동(충전)하고, 이후 결제사업자가 가맹점(소상공인)에 정산하는 식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결제사업자가 가맹점에 정산할 때 발생하는 '입금 수수료'는 면제에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소비자 계좌에서 결제사업자 계좌로 금액이 충전될 때 발생하는 '충전 수수료'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은행권은 충전 금액이 제로페이로 사용될 지 여부가 불투명해 충전 수수료 면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한 은행 관계자는 “충전 금액은 제로페이뿐만 아니라 개인 간 송금 등에도 사용될 수 있어 충전 수수료를 무조건 없앨 수는 없다”면서 “정책 취지에 맞게 충전 금액이 제로페이 결제에 사용되는지 트래킹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기부, 서울시, 금융결제원은 충전 금액이 제로페이에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자동충전 결제 방식, 금결원은 결제망을 통한 트래킹 방식을 각각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 자동충전 방식은 제로페이로 결제가 일어나야만 소비자 계좌에서 출금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에서 제로페이뿐만 아니라 개인 송금 요청에도 출금된 것과 구분된다. 금결원은 입금(정산) 과정과 충전 과정을 하나의 금융공동망으로 묶어 모니터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 및 결제업체와 논의, 10월 중순 표준 모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 및 서울시 관계자는 “이체 수수료 최소화를 위해 제로페이로의 자금 흐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은행, 결제업자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연내 시행이 목표인 만큼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표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