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소로 가득이오.”
어색하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일상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전 세계 에너지 자원 감소와 탄소 배출량 저감 추세에 따라 운송 수단도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모델의 친환경 자동차가 상품화돼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고, 세계 각국이 친환경 자동차의 대중화 시점을 2020~2030년으로 예상함에 따라 차세대 모델 양산 체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친환경 자동차 시대에 우리는 어떠한 대비를 해야 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친환경 자동차와 에너지산업 융합 관점에서 기술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전기차는 대당 20~60㎾h 안팎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일종의 소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볼 수 있다. 만약 전기차가 수십만 대 보급돼 동시에 방전을 한다면 발전소 몇 개와 맞먹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차량·전력망간통신(V2G) 기술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된 전력을 평상시에는 차를 주행하는데 사용하고, 전력 사용이 많은 피크 부하 때는 충전된 전력을 전력망을 통해 반대로 송전하는 등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V2G가 실현되면 예를 들어 전기차 운전자는 전기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에 배터리를 가득 충전해 놓고, 출근한 후 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력을 전기요금이 비싼 낮 피크시간대에 다시 파는 것이 가능해진다. 전력회사는 발전소 가동률을 줄이고 수요관리가 가능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력의 차익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최근 V2G 기술을 응용한 차량·주택간통신(V2H), 차량·건물간통신(V2B) 등 연계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든 것을 포괄한 개념인 차량·사물간통신(V2X) 개념도 대두되는 추세다. V2G의 구현을 위해서는 차량 탑재 충전기(OBC)의 에너지 흐름이 전력망에서 자동차로만 이뤄지는 단방향 충전기에서 자동차로부터 전력망으로도 에너지 흐름이 가능한 양방향 충전기 개발이 필요하다. 다행히 국내에는 현대모비스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된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표준 제정 또한 필요하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1991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유럽연합(1996), 일본(2000) 등 전력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전력 시장 자유화를 순차 시행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발 빠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두 번째 기술은 수소전기차와 연계되는 수소전기 융합 스테이션 기술이다. 수소전기 융합 스테이션은 태양광 및 전력 계통, ESS를 활용한 기본 전기차 충전소를 확장한 개념이다. 심야 시간대 잉여 전력을 수전해서 수소 생산에 사용하고, 전력이 부족한 경우 저장된 수소로 전력을 추가 공급하도록 한다. 이 기술은 수소와 전기충전소를 에너지 관점에서 통합 구축할 수 있는 통합충전소 기반 실질 기술로, 향후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기술은 에너지 산업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접목해서 에너지 흐름을 효과 높게 제어하고 연계하는 기술이다. 먼저 IoT 기술을 활용하면 각 지역 전기차 주차 및 충전 정보를 수집하고, 상위 제어기로 관련 데이터를 전송해 필요에 따라 자동차 충전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통합 네트워크 기술이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빅데이터 기술과 딥러닝, AI 기술은 각 변수 간 관계를 찾아내 효과 높은 에너지 관리는 물론 에너지 수요 및 적정 발전량 예측에 활용된다.
V2G, 수소 융합 충전 스테이션, IoT·빅데이터·AI 기술은 이렇듯 친환경 자동차와 에너지 분야 융합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최근 우리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과 에너지 산업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융합 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모쪼록 우리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길 바란다.
전자부품연구원 자동차전장연구센터장 이상택 stlee@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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