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글, 내년 한국 데이터센터 짓는다...외산 장악한 韓 클라우드 시장

파트너사 요구에 '서울 리전' 계획 알려...시장 성장 가능성 확인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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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구글까지 내년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 한국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국내 클라우드 사업 파트너 대상으로 내년 '서울 리전' 설립 계획을 밝혔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로드맵에 따르면 구글은 내년 서울과 취리히(스위스), 오사카(일본)에 리전(복수 데이터센터)을 신규 설립한다. 구글은 올해 홍콩(중국)과 로스앤젤레스(미국)에 리전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서울과 오사카 등을 추가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서울 리전이 설립된다.

구글이 클라우드 파트너사 대상으로 전달한 리전(복수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이 표시된 이미지. 서울, 취리히, 오사카에 2019년 신규 리전을 설립할 계획이다.
구글이 클라우드 파트너사 대상으로 전달한 리전(복수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이 표시된 이미지. 서울, 취리히, 오사카에 2019년 신규 리전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동안 구글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소극적이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은 3년 전부터 국내 리전을 설립하고 시장을 적극 공략해 왔다. 구글도 국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움직임은 미미했다.

구글이 서울 리전을 설립하는 건 시장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 비해 클라우드 도입이 더뎠다. 3년 전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 AWS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LG전자, 아모레퍼시픽, 신한은행 등 국내 분야별 대기업들이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최근 공공과 금융권이 클라우드 규제를 개선, 내년부터 신규 시장이 열린다. 가트너는 국내 클라우드 이용 지출이 올해 2조원 규모에서 2021년 3조4400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구글 클라우드 파트너사 데이터센터 설립 요구도 거셌다. 지난해 구글이 빅쿼리(빅데이터 분석) 등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고객 관심이 커졌다. 막판 계약 단계에서 번번이 막혔다.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본이나 해외 데이터센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구글 파트너는 영업을 위해 데이터센터 설립을 촉구했다.

구글은 국내 클라우드 사업 강화 일환으로 올해 초부터 데이터센터 설립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접촉, 서울 데이터센터 위치와 규모 등을 조율했다. 국내 클라우드 지원 인력도 확보했다. 구글 국내 파트너사 관계자는 “구글이 국내 AWS, MS 등 클라우드 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구글이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파트너사에 공식 전한 만큼 영업과 지원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합류하면서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세계 1, 2, 3위 기업이 모두 뛰어들었다. 오라클도 내년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공식화하는 등 영업 진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리 시장에 뛰어든 AWS와 MS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이후 매출이 두세 배 증가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 분위기 속 국내 기업 대응이 중요하다.

김영훈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외국 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AWS가 미국 정부 지원 아래 성장했듯 국내 기업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정부 지원과 도입 의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