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판매사를 두고 차량만 수출해 오던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가 국내에 생산 공장 건립에 나섰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국내 시장 본격 공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미 중국에서 10년 이상 검증된 제품과 경험을 앞세워 점차 확대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까지 노린다. 2~3년 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한·중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림코퍼레이션(대림그룹)과 중국 하이거, 피라인이 국내 전기버스 및 배터리 제작·생산라인 구축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배터리셀 업체로 중국 마이크로베스트가 협력한다.
1998년에 설립된 하이거는 연 3만5000대 버스·전기버스를 생산하는 중국 회사다. 자국 버스 시장 4~5위권 업체다. 마이크로베스트는 2006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배터리 업체다. 중국 업체에 인수된 이후 현재까지 약 1만8000대 분량 전기버스에 배터리를 공급한 실적을 쌓았다.
4개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경남·경기 지역 대상으로 부분조립생산(SKD) 방식 전기버스 및 배터리팩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앞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해외까지 판매망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중국산이 아닌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계획대로 이들의 배터리·전기버스 생산 공장이 들어선다면 배터리 강국인 한국에서 중국 배터리·전기차 업체가 진출한 첫 사례가 된다. 우리나라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까지 배터리 강자가 포진한 국가다. 중국이 글로벌 거점으로 한국을 택하면서 한·중 기업 간 정면 대결이 국내에서 펼쳐지게 됐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배터리·전기차 업체 한국 진출은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내외 완성차 기업 대다수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전기버스·트럭 등 상용차와 초소형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글로벌 완성차 대기업 시장에 집중하는 가운데 중소·중견 기업이 틈새시장으로 상용차와 초소형 전기차 분야에 진출하면서 이들과 중국 업체와 협력할 가능성이 짙다는 설명이다.
이들 4개사는 내년까지 국내외 배터리팩과 전기버스 판매처를 최대한 확보하고 내년 하반기에 전기버스와 배터리팩 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배터리셀은 마이크로베스트의 리튬이온 삼원계(NCM) 배터리셀을 기반으로 한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포함해 최종 배터리팩은 국내 공장에서 이뤄진다. 배터리팩은 하이거 전기버스 사용을 넘어 배터리 확보가 필요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전기차에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아직 초기지만 중국의 사업 경험은 이미 10년을 넘었다”면서 “단순히 중국산 제품 국내 유통을 넘어 완성차와 핵심 배터리까지 국내에서 생산해 고용을 창출, 수출까지 늘려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전기버스 시장 성장세와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공장 설립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