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싱가포르, 해외 스타트업 진출에 최적화된 국가 시스템
우버를 이긴 동남아시아의 글로벌 기업 그랩은 말레이시아 스타트업이었지만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많은 스타트업이 규모를 키워 나갈 때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가 동남아 지역 및 경제 중심 역할을 하는 도시국가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8만1500달러, 투자 잠재력 세계 2위, 3500개 글로벌 회사의 아시아 헤드쿼터, 아시아 최고의 인력 재산 보유, 7%의 낮은 법인세 등 기업 친화형 세금 환경, 투명한 법률 시스템 등이 싱가포르의 글로벌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 촉매제가 되고 있다. 법인 설립 시 중국, 태국, 베트남에서는 외국계 회사의 법인 설립 요건이 까다로워 현지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거나 BOI 등의 별도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단 1달러 자본만 있으면 별도 사무실이나 상주 인력이 없어도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기술 분야의 경우 싱가포르는 토종 로컬 기업이 많지 않아 초기 진입 장벽이 낮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인재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낮은 법인세 등을 내세워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정부 시스템은 매우 뛰어나다. 실제 씨엔티테크도 싱가포르에 진출할 때 현지 대행사를 쓰지 않고 정부 사이트를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목적에 맞는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양한 싱가포르 내 산업 정보가 있다. 무역 관련 정보, 각종 통계 정보, 현지 각종 경제 지표 및 트랜드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사이트에는 사업에 필요한 영역별 세부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비즈니스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법인 등록과 사업장 신고 등에 관한 매뉴얼도 제공한다.
싱가포르는 인구 약 560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40%를 차지한다. 인구 구성도 중국계가 74%이다. 그 외에 말레이계와 인도계가 합쳐 21%다. 사실 싱가포르 EP비자가 있는 필자도 싱가포르 인구에 포함돼 집계된다. 쓰는 언어도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4개 국어를 싱가포르 국어로 인정하기 때문에 해외 스타트업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쉽고 문화도 개방돼 있어 불편함이 덜하다. 또 다국적 기업들 아시아 지사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글로벌 자본의 투자 유치가 용이하다. 금융과 기술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다른 동남아 국가로 진출하기도 편하다. 평년 기온이 비슷한 것과 정치 중립국으로 안정되고, 법질서 준수 문화 또한 싱가포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전통으로 금융서비스, 소규모 제조, 정보기술(IT), 바이오메디컬, 오일&가스 분야가 집중 육성 산업이다. 금융 서비스는 아시아 최고의 시스템으로 꼽힌다.
초기 기업은 싱가포르 현지 투자 유치가 상당히 유리하다. 관련 정부 투자 기관만 10여개에 이른다. 현재 싱가포르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초기 창업비용과 A시리즈 단계에서 많이 이뤄진다. 싱가포르 벤처캐피털(VC)은 초기 스타트업 전략 투자자로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 환경 때문에 지난 2016년에는 4300개의 테크 기업이 창업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 인력 공급이 많지 않아 인력 소싱에 많은 비용이 든다. 자국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체류비도 높은 편이다. B 시리즈 이후 단계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것도 단점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