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중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IT 인력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험을 쌓은 IT 인력은 대기업이 흡수하기 때문에 중소 IT 기업은 인력 충원은 고사하고 재직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이직을 막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는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을 IT 산업의 중추로 육성하려면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대학 졸업장이 변별력 있는 채용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채용 방식을 바꾸는 데 주저하고 있다. 기존의 채용 방식을 바꾸려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모험을 시도할 정도로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지원자는 넘쳐 나니 앉아서 사람을 고르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려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성공한 사례와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의 경우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고교 졸업자를 채용해 왔다. 첫해 2명에 불과하던 고교 졸업자는 이제 10명으로 늘었다. 앞으로도 대덕, 대구, 광주 등 3개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를 포함해 고교 출신 개발자 채용을 늘리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교 출신 개발자들이 가장 먼저 부닥치는 난관은 낮은 연봉과 직무 배분의 불공정성이다. 이들은 청소년 시절부터 개발자 꿈을 키워 왔지만 처우는 불공정하고, 단순 업무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고교 졸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역량을 객관 평가하고 적절하게 처우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 진학에 인생을 걸지 않고도 자신의 꿈을 펼치려는 청소년이 더욱 늘 것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면 호봉을 높여서 대학 졸업자 연봉과 벌어진 격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변화도 필요하다. 공립학교 교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학교로 전출하게 돼 있다. 이들이 학교를 옮기면 그동안 쌓은 교육 역량은 물거품이 된다. 유능한 교사의 전출을 막기 위해서는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소프트웨어 분야는 기술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교사에게 수준 높은 연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즉 교사들의 처우나 근무 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 및 연수 기회를 지원해 교사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학부모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일부 학부모의 경우 마이스터고를 대학 진학을 위한 중간 단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자녀가 대학에 특기자 전형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요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마이스터고는 입시를 위한 학교가 아니라 취업 후 진학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서 학부모는 인내심을 발휘해서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이제 IT 산업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증대해질 것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주도할 것이다. 미래의 성장 동력 지원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 당국이 IT 산업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지원과 제도 개선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K-소프트웨어포럼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