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렌딧, 8퍼센트, 팝펀딩 등 3개사를 주축으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 디지털금융협의회가 출범했다. 지난 5월 P2P금융 자율 규제가 강화된 새로운 협회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지 약 4개월 만의 일이다.
이처럼 업계를 이끌고 있는 3개사가 새로운 협의회를 구성한 이유는 P2P금융 기업 스스로 업계를 건전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자정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미디어를 통해 P2P금융 투자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을 취급하는 대형 업체 사기 사건 등이 밝혀지며 걱정하던 일이 현실화됐다.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한 몇몇 업체 투자자가 소송 등 단체 행동을 나서면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5월 28일 'P2P연계대부업자 실태조사 결과 및 투자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75개 P2P 연계 대부업 회사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중금리 수준 개인 간 직접금융 활성화 등 P2P 도입 취지에 맞게 건전하게 운용되는 회사 및 대출 분야(개인신용대출 등)도 있었다. 반면에 부동산 PF 및 후순위 부동산 담보 대출 등 부동산 경기 하락 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출 쏠림 현상도 있었다. 또 P2P 연계 대부업자의 금융위원회 등록 여부 확인, P2P대출 가이드라인 준수 확인, 예치금 분리 보관 시스템 도입 여부와 투자금 입금계좌 예금주 확인, PF상품 등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재모집 상품 주의 필요 등 투자자 유의 사항 열 가지도 고지했다.
디지털금융협의회가 발표한 자율규제안에는 P2P금융사의 대출 자산 신탁화, 대출 취급 자산 가운데 PF자산을 30% 이하로 한다는 위험 자산 대출 취급에 대한 규제, 투자자 예치금 및 대출자 상환금 분리 보관, 회원사 외부감사 기준 강화, 협회사 투자 이용약관 가이드라인 제정, 금융 당국 가이드라인 및 감독 조항 엄수 등 내용이 담겼다.
자율규제안은 국내 금융업계 규제 사항을 폭넓게 조사하고 여러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며 정리한 내용이다. 국내 금융산업 규제를 살펴보면 업권별 전반에 걸쳐 자산 위험도에 따라 차등화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금융 산업인 P2P금융은 아직 자산에 따른 차등화 위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업계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 기존 금융권과 같이 자산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제 방침이 필요하다.
P2P금융 산업이 금융의 주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미국과 영국은 개인 신용과 소상공인 대출 중심의 소규모 중금리 대출 위주로 산업이 형성돼 있다. 이들 업체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심사 평가 모델을 고도화하는 테크 드리븐 금융으로 기술을 통해 금리 절벽을 허물고 금융을 혁신하는 사회 영향을 크게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부동산과 PF 대출에 70% 이상 회사가 집중되는 바람에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에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디지털금융협의회가 자율규제안을 먼저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는 금융 산업의 최우선 과제다. 국내 P2P금융 산업이 해외 시장과 같이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업권 내 전 회사가 자율 규제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술 기반 P2P금융이 가계부채 질 개선과 중소상공인 자금 활로 제공 금융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김성준 렌딧 대표(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금융협의회의 운영위원장) sjkim@lend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