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에 새로운 전사자원관리(ERP) 프로젝트 '넥스트 ERP'를 시작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SAP ERP 제품 고도화로 방향을 정했다. SAP ERP 고도화는 탈오라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의미한다. 삼성을 시작으로 국내 ERP와 DBMS 시장이 일대 변혁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년 동안 '넥스트 ERP' 사업을 추진하기로 확정하고 협력 업체 모집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SAP ERP 제품 고도화 방향으로 잠정 확정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프로젝트 실무는 삼성SDS가 담당한다. 아직 SAP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SAP 하나(HANA·ERP+DB) 제품 도입으로 기울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가 넥스트 ERP 사업 참여 협력업체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면서 “삼성SDS가 협력업체 선정 후 자세한 일정과 절차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SAP ERP 고도화를 선택한 건 SAP 정책 때문이다. SAP는 2015년에 SAP S/4 하나 신제품을 출시하며 2025년 이후 오라클·IBM 등 타 DBMS 기술 지원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SAP S/4 하나는 SAP DBMS 하나 플랫폼에 ERP를 결합한 제품이다. SAP ERP 옛 버전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SAP ERP 신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SAP S/4 하나를 써야 한다. 아니면 SAP ERP 대신 다른 ERP를 선택해야 한다. SAP가 2025년 이후 판매하는 모든 ERP는 하나 DBMS에서만 구동하도록 설계한 탓이다.
SAP는 옛 버전에 대해 유지보수 등 기술 지원은 유지한다. 국내 SAP ERP 고객은 대부분 2000년대 중반 제품을 도입했다. 조만간 신규 버전 도입 시기가 도래한다.
SAP ERP 고객은 갈림길에 섰다. SAP ERP 신규 제품을 도입하고 오라클 DBMS를 버리거나 SAP ERP를 버리고 오라클 등 타 ERP 제품을 도입해야 한다. 삼성을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SK, 롯데, 현대기아차, GS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SAP ERP를 사용한다. 2025년까지 약 5년 남았지만 DB 이전과 도입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2∼3년이 소요된다. 내년부터 결정을 고민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부 대기업과 공공은 SAP S/4 하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AP ERP 구버전을 사용하는 일부 공공은 내년 초부터 SAP S/4 하나 업그레이드로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서 “공공뿐 아니라 대기업도 내년 삼성전자 등 주변 기업 움직임을 모니터링 하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SAP의 타 DB 지원 중단은 국내 ERP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AP ERP 고객이 SAP 대신 타 ERP 제품 도입 검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LG CNS는 최근 대기업 시장을 겨냥한 자체 ERP를 제작했다.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 등은 중견·중소기업 시장 대상으로 온프레미스(설치형)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방식(SaaS) 제품 라인업을 완성,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업계 관계자는 “ERP 시장뿐만 아니라 ERP 교체에 따른 DBMS 시장도 변화 가능성 있다”면서 “내년부터 국내외 ERP, DBMS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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